할머니 어디 가세요?
몇 년간 잘 쓰던 무선 이어폰 한쪽이 고장 났다.
집에 다른 것도 몇 개 더 있는데 그건 운동할 때만 쓰고 외출할 용도로는 적합하지가 않다.
새로 하나 구입할까 싶었는데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외출할 때 음악을 진득하게 듣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 북을 듣거나 책을 보는 게 다인데 안 사도 될 것 같았다.
대신 유선 이어폰을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될 것 같아서 찾아봤다.
세 개 정도를 발견해서 만져보니 너무 오래돼서 못쓸 지경이 되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예전에 구입해 놓은 인이어 이어폰을 들고 다니기로 했다.
이건 귀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서 노이즈캔슬링도 아닌데 자동으로 외부소리가 전혀 들리지가 않게 되어 외출용으로는 부적합하지만 그래도 그냥 이걸 사용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요즘은 이걸 가지고 다닌다.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막 출발한 터라 아쉬워하면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끼워 넣고 음악을 플레이시켰다.
그렇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시야에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음악소리만 들리고 있는데 할머니는 입을 움직였고 나한테 뭐라고 얘길 건네고 있었다.
이어폰 한쪽을 빼고 내가 못 들었다고 뭐라고 말씀하셨냐 물었다.
“이거 당고개 행인가요?”
“아, 네, 맞아요. 이거 타면 돼요”
이렇게 얘길 해주고 열차가 도착해서 탔다.
자리가 넉넉하게 있어서 문 옆에 자리에 앉았다.
한 정거장이 지나자 아까 내게 당고개행이냐고 물었던 할머니가 내 옆으로 와서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들리지 않아 이어폰을 또 빼고 물어봤다.
“못 들었어요. 뭐라고 하셨어요?”
“이거 당고개행 아니라면서요. 내려서 다시 타야 해요”
하면서 얼굴에 땀도 흐르고 있고, 너무 원망스러운 눈 빛으로 날 보니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간 탔던 지하철인데 내가 오이도 방면과 당고개 방면을 잘 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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