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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Mar 13. 2019

마음이 말하길, '나 좀 챙겨주세요'

몸을 통해 보내는 마음의 이상신호


왜 이렇게 속이 더부룩하지?


만성 체증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만성 소화장애를 의미한다. 과도한 섭취, 노화, 스트레스 등에 의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교통체증의 그 '체증'과 같은 말이다. 무언가 가득한 것 같고, 꽉 막힌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이 위장에서 느껴지는 질환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만성 체증이 생겨버렸다.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어느 순간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을 때, 머리를 많이 굴릴 때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가스가 차서 속이 더부룩하다. 가끔은 토할 것 같은 느낌도 느껴진다. 게다가 위장이 전보다 되게 예민해졌다. 먹는 것에 더 예민해져서 가리는 음식이 늘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식사량도 줄어든다. 심한 경우에는 거의 밥을 못 먹을 정도라고 하더라.


난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 불편함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시험기간 같은 때에는 체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 불쾌한 느낌이 불쾌한 감정을 만들어서 그렇다. 군 입대 직전에 이게 생겼는데, 그때는 밥도 거의 못 먹었다. 그때 당시는 '군 입대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잠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체증이 있다.


의사 선생님, 어디가 문제인가요..


낫지를 않아서 작년에 한의원에 가본 적이 있었다. 인자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체증에 대해 처음에 설명해주시고, 맥도 짚어보고, 청진기로 배 안 소리도 들어보고.. 여러 가지 진찰을 하시더니 맞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두 달 정도인가 치료를 받았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같이 얘기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점이 있었다. 체증은 노화 때문에 소화기능이 떨어지거나 예전에 체한 것과 같은 소화 문제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후유증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근데 주요 원인이 하나가 더 있다.


'일단 난 젊으니까 노화는 빼고.. 소화불량을 별로 겪은 적도 없었고, 치료를 잘못한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씁.. 이상하네'


맥을 짚어보시더니 

"뭐 건강에는 문제가 없네요. 예전에 소화 문제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네요"

맥도 정상이었다.


그런데 대화 중에, 의사 선생님의 표정, 말투, 은연중에 나오는 말 등에서 마음의 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맥을 보니 건강하고.. 노인도 아닌데.. 체격을 봐도 건강한 청년인 거 같은데 왜 체증이 있지?'


사실 나도 의아했다.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이 격려의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환자분 성격 때문인 것도 있어요. 그래서 시험기간 같이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우연히 접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체증의 주요 원인 중에 '스트레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체증이 '화병'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불안이 신체증상이 되어 나타나다


그전부터 내 마음은 많이 힘든 상태였다. 과거에 대한 불만, 진로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 나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몸의 문제로까지 나타날 정도라고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치료실에서 침 맞으며 누워있다가 깨달았다.


'내 안에 화가 참 많구나.'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거 같았다. 정신 좀 차리라고.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내 마음에 무관심했구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신경 쓰고, 정작 나에게는 너무 둔감했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은 모른 채, 후회하고, 고민하고, 나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나 자신에게 채찍질만 열심히 한 것이다. 그 후, 한동안은 내 마음에 대한 어떠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진지하게 스트레스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아픈 과거에 미련을 갖지 않고, 현재를 누릴 줄 알면서, 미래에 대해 관심을 끊어보려고 했다. 힘들었던 과거에 미련이 생겼고, 현재의 내 처지가 불만족스러웠으며, 욕심만큼 미래에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삶이 힘들수록 내 마음을 챙겨야 한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들어진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에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가 신체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는 마음과 몸이 서로 연결되어서 그렇다. 그래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요즈음은 모두가 인생을 살아가느라 바쁘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마음은 본인이 제일 챙겨야 한다.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아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힘든지의 여부는 내가 가장 먼저 알게 된다. 본인이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 내가 이미 나 자신인데 더 말이 필요하겠는가?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힘든 이유를 직감적으로 안다. 단지 확신이 안 서고, 또 해결할 방법을 모를 뿐이다. 이미 당신은 몸과 마음으로 힘듦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겪은 위 기능 문제처럼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전에 내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처럼 만성 체증이 이미 생겼다면, 나 자신에게 많이 미안해해야 한다. 이미 본인이 몸과 마음에게 많은 죄를 지은 것이니까. 자기 전에 한 번쯤은 요즘 살만 한지 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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