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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박 Dec 03. 2019

워킹맘의 아이는 아프지 말아야 해

https://www.workingmother.com/sick-days-what-busy-working-moms-should-do


아이가 아프다. 조금씩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계속 높아진다. 병원에서 지은 약을 계속 먹이는데도 3-4시간이 지나면 열은 다시 오른다. 


그나마 주말이라 다행이다. 남편은 출장이라 주말에도 오지 못했다. 아픈 아이와 단 둘이 보내는 주말. 정신적.육체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하지만 일요일 밤이 되어도 아이의 열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내일은 어쩌지...'


K는 유치원에 다닌다. 그리고 등.하원 도우미 겸 저녁 시터 일을 해주는 이모님이 계신다. 학기 중 평일에 K가 아파서 등원을 못하게 되면, 낮에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혹시 몰라 시터 이모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내일 K랑 하루 종일 계셔주실 수 있나 해서요~"


다행히 시터 이모는 시간이 괜찮다고 하신다. 마음을 조금은 놓고, 아이를 다시 지켜본다.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떠오르는 두 문장이 있다.




1. 


"괜찮아~ 아프면 엄마랑 집에 있지 뭐~"


언젠가 가족모임에서 새언니가 조카에게 하던 말. 조카는 수족구로 의심되는 증상이 막 발현되는 중이었다. 결국 조카는 다음 날 수족구 판정을 받았고, 이후로 1주일간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수족구는 발병이 되면 최소 1주일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다.


학기 중 평일이라면 K에게 결코 해줄 수 없는 말. 그 말을 편안하게 하던 새언니의 모습과, 그 말을 듣는 조카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부러움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2. 


"아무것도 못했지"


K가 심한 열감기에 걸려서 어린이집에 갈 수 없던 어느 날. 급한 대로 저녁 시터 이모에게 하루 종일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7시에 출근한 이모가 밤 9시까지 근무를 하는 건 너무 무리일 것 같아 친정엄마에게 저녁시간에 2시간 정도 봐달라는 부탁을 드렸었다.


그날 저녁, 최대한 서둘러 저녁 8시쯤 집에 도착했다. 아이는 잘 놀고 있었지만 친정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K 때문에 오늘 고생 많았죠? 오후에 볼 일도 다 못 봤겠네~"

"그래. 오늘 아무것도 못했지... 이제 얼른 데리고 가라. 좀 쉬어야겠다."


이제 웬만하면 친정에 아이를 부탁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가능하면 이모님께 부탁을 드린다.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월요일 새벽 5시. 


밤새 오르락내리락하던 K의 체온이 39.8까지 다시 올랐다. 옷을 다시 벗기고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이고, 해열제를 다시 먹인다.


그리고 시터 이모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모님, K 열이 아직 안 떨어지네요. 오늘 죄송하지만 하루 종일 봐주셔야 할 것 같아요."

"네... 괜찮아요.."


힘들게 깨어난 아이는 출근하는 나를 보며 가지 말라고 보채고,  

"괜찮아~ 그냥 엄마랑 같이 있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나는 학교로 향했다.


화요일 아침.


열은 떨어졌지만 K의 컨디션은 여전히 좋지 않다. 하지만 시터 이모에게 하루 더 종일 케어를 부탁하기는 어려운 상황. K는 결국 약을 싸들고, 어린이집에 갔다. 워킹맘의 아이는 아픈 것도 쉬이 허락되지 않는다.


"엄마 저녁에 수업 끝나자마자 빨리 올게."

"막 달려와야 해!!"


응, 막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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