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라박
Jun 08. 2023
버려진 구두 한 짝
길 옆의 구두 [Dall-E 2 x 라박]
여느 때
와 같은 아침
출근길.
낡은 남자구두 하나가
눈에 들어왔
다.
도시고속도로라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차가 멈춰서는 일이 없는 곳이었다.
구두는 가드레일 바로 아래
초라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 후로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그 구두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
오가는
차에 부딪히는
때도 있는
지 위치나 방향이 꽤나 달라져 있는 날도 많았다.
구두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
다는 걸 확인하고 학교로 오는
동안에
온갖 상상을 하곤 했다.
어떤 연유로 저 구두는 저기에
놓여있게 되었을까
. 그것도 한 짝만
쓸쓸하게.. 대체
너의 주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너에게도 분명 빛나는 순간이 있었겠지. 환한 매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널 선택한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널 신고 처음 대문을 나서던 반짝이던 순간들 말이야..
저마다
속도를 내며 다니는 길이어서인지 구두는 그 후로도 한참을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비라도
오는 날엔 더욱 쓸쓸해 보였다. 그 후로도
꽤 오랫
동안
그곳을 지날 때마다
눈으로 인사
했다.
아직도 거기에 있네,
누가 너를 구해줄
수 있을
까.
.
.
.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도 구두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다가오던 어느 날 아침, 구두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왠지 모르게 아쉽고, 짠한 기분이었다.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의 사체를
볼 때처럼..
구두가 놓여있던 가드레일
아래를 보며 짧게 인사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네,
좋은 곳으로
잘
가렴..
keyword
구두
출근길
상상
라박
소속
직업
연구자
라박사. 쓰면서 위로받는다. 교수노동자이자 엄마.
구독자
656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나의 고양이에게
아이의 영구치를 닦으며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