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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티처 Sep 12. 2021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영화리뷰

“아름다운 동네에서 이웃 되는 날, 아름다운 사람과 이웃 되는 날, 

제 이웃이 되어 주실래요? 전 당신과 같은 이웃을 기다렸어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라는 영화로 ‘성찰 모임’을 했다. 영화는 1998년 11월에 톰 주노드 기자가 쓴 “Can You Say...Hero?”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Mister Rogers' Neighborhood’라는 방송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시작된다. 

진행자인 프레드 로저스(Fred Rogers)가 “오늘 우리 동네 날씨가 참 좋네요. 이웃 되기 딱 좋은 날씨죠. 제 이웃이 되어 주실래요?~~” 라는 노래를 부르며 정장 대신 스웨터로 바꿔 입고,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그리고 사진 보드에 자신의 이웃을 소개한다. 

오늘 소개할 특별한 이웃은 얼굴을 찡그리고 이마에 상처가 있는 ‘로이드 보걸’이라는 사진기자다. 로저스는 로이드를 이렇게 소개한다. “누군가 제 새 친구 로이드를 아프게 했나 봐요. 로이드는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을 용서 못 해서 힘들어하고 있어요. 용서는 우리가 내리는 결심인데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그 사람을 놓아주는 거에요. 이상하지만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을 용서하기가 가장 어렵답니다.”


로저스는 방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이 무엇이고, 마음속 깊은 감정이 자신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는 아버지에게 상처받은 로이드가 로저스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만나며 화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는 아이 한 명의 눈을 바라보듯이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그러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거는 거죠. 그 아이의 감정과 요구에 최대한 공감하면서요.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로이드 보걸과 통화하는 거에요“


로저스가 로이드와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 말이다. 처음에 그런 모습이 유명인으로서의 페르소나일 거라 의심하던 로이드는 로저스를 만나면서 하나둘 의심을 버리고 자기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는 로저스가 주어진 시간 안에 방송을 녹화하는 것보다 자신을 찾아온 아이들과 로이드와의 만남을 중요시하고, 감정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교사돌봄서클>을 진행하면서 ‘타고난 선물’을 주제로 성찰을 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수학’을 잘했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교사보다 교수나 학자가 나에게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는 아이들보다 어른들과의 관계를 좋아하고, 여러 사람보다 한두 명과 어울리는 것이 편하다. 이 때문에 교사로 살면서 늘 부족하고 노력해도 잘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런 부족함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겨난 것이다. 그 열정이 로저스처럼 긍정적으로 발현이 되는 날은 학급의 학생들과 아름다운 이웃이 되지만, 로이드처럼 부정적인 것으로 억압하거나 과도하게 발산하면 아름다운 학생들을 이웃에서 배제하면서 자책하고 고립되었다. 하루는 로저스처럼 긍정적으로, 며칠은 로이드처럼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교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더해져 갔다. 


이번 <교사돌봄서클>에서 학생들을 떠올렸을 때 교사로서 내가 부족하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보다 힘든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정방문을 하고, 시간을 내어 상담하고, 묵묵히 학생들을 모습을 지켜보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려고 무척 애쓰고 살았었구나. 단지 그런 내 모습 속에서 잘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안 되고 못 하는 것만 보면서 힘들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올라왔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여기저기 힘들고 슬퍼하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이 들린다. 코로나 때문일까? 요즘 아이들 세대의 문제일까? SNS와 사회구조적인 문제일까? 로저스는 세상이 너무 흉흉하고 절망스러워서 걱정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간단한 해결책은 없지만, 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하나같이 존귀하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라지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양육은 우리가 어떻게 자랐는지 생각해보고 현재 아이들이 겪는 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거죠. 정작 부모가 되면 그때의 생각을 다 잊어버리지만, 아이들을 보면 다시 생각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부모가 된다는 건 인생을 다시 사는 기회가 되는 거죠."라고 말한다. 


영화 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로이드가 자신을 ‘망가진 사람’이라고 말하자 로저스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고 재명명해준 장면이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로이드에게 당신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신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아버지가 도운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로이드에게 1분 동안 침묵하면서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사랑을 준 모든 사람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도록 제안한다.


 영화 성찰 모임에서 이 장면을 지시적 기법을 사용해서 따라 해 보았다. 아주 간단한 활동이었지만 참여자들의 자아상이 달라지고 마음이 전환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이런 성향을 알아차리고 초점을 옮기는 경험은 일상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자책에 시달릴 때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반복된 패턴을 깨뜨리고 다르게 반응하는 힘을 준다. 이런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이드의 눈에 로저스가 타고난 성자처럼 느껴져 로저스의 아내에게 성자와 사는 것이 어떤지 물어보지만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된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구약 성서를 읽고 수영장을 몇 바퀴 돌고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고 수백 통의 편지를 쓴다고 했다. 화를 낼 때도 있지만 그 감정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하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매일 여러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하늘이 아름다운 전시회를 하는 요즈음, 나는 교실이나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학생들과 어떻게 아름다운 날을 만들 수 있을까? 여러 상황과 사건들로 인해 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할 때 어떤 선택을 하며 반응할까? 학생들을 문제 상황에서 구하려 하기보다 사랑하기를, 그러기 위해서 그 상황을 바라보며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돌볼 수 있기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사랑해 준 모든 사람을 1분만 조용히 떠올려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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