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티처 Aug 23. 2021

천 개의 파랑

독서 리뷰


독서 모임에서 추천한 책이다.

도서관에 갔더니 2021 시민독서 릴레이 선정도서(일반부문)여서 열람실 입구에 비치되어 있었다. 

이런 책은 별로인데...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이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었다. 

왠지 모를 선입견이 생겼지만 마지못해 빌려왔다. 


책은 술술 읽혀졌다. 

새로운 내용의 소설, 미래세계 로봇의 이야기, 그로 인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이야기,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잃어가고 있는 것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저자가 과학에 대해, 로봇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나 보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발생할 문제들을 많이 꼬집고 있구나. 

그런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니 뭔가 의도가 드러나서 역시 별로구나.


하지만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힘은 바로 문학성에 있었다. 

글을 잘 쓴다기보다 글의 내용이, 책에 등장하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문학상이라는 공모전에 응모한 소설이기에 그 요건에 맞추어 글을 쓴 것이 나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주었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서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들어서서 결국 나는 필사 노트를 꺼내 들었다. 


연재, 은혜, 보경, 민주, 복희.. 인간의 시선과 로봇 콜리의 시선이 겹치면서 같은 시간에 사는 사람과  사람 같은 로봇의 다른 이야기가 계속해서 내 마음을 움직이며 모두를 응원하게 했다. 


책의 첫 부분을 읽을 때의 속도와 후반부를 읽을 때의 속도는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속도가 느린 만큼, 필사를 하는 만큼 내 생각은 깊어졌고 마음은 책의 줄거리가 펼쳐지는 내 상상의 공간에 함께 머물렀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막연히 짐작하고 있던 책 제목의 의미가 가슴을 울렸다. 

이래서 대상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뒷부분의 작가 소감과 심사평들을 읽으며 이야기의 결말을 짓는 것과 소설에서 결말까지 끌고 가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약간의 선입견으로 가볍게 넘기던 책장이 나중에 따스한 응원의 시선과 울림으로 무겁게 닫혔다.



하늘이 날마다 아름다운 전시회를 하는 요즘이다. 

내일부터 하늘을 바라볼 때는 콜리의 마음처럼, 그 마음 한 자락을 떠올리며 바라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지막으로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을, 천천히, 천, 천. 히.




작가의 이전글 High & Slo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