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알려준 위로의 언어

by 오렌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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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게 최고의 위로야

아빠는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지칠 대로 지쳤다. 1차 항암제를 맞고 암이 조금 작아져서 희망을 품었지만, 얼마 후 내성이 생겼고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2차 항암제를 맞았지만 이마저도 내성이 생겼다. 췌장 꼬리에 생긴 암덩이는 점점 더 커져갔고 간으로 점점 더 퍼져갔다. 그렇게 3차 항암제를 투여할 때쯤, 아빠의 고통은 극에 달해있었다.


췌장암은 아무 고통 없이 왔지만, 암이 퍼지기 시작하니 그 고통은 말도 못 하게 극심해졌다. 아빠는 복통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눕지도 못했고 앉아서 생활을 하셨다. 항암치료를 위해 진해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오는 날에는 그야말로 극기훈련 수준이었는데, 아침 2시부터 진해에서 심야 버스를타고 올라와서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도착해서 항암주사를 맞고 한참을 괴로워하다 병원 로비에서 30분, 잠실나루 역에서 30분, 서울역에서 1시간... 겨우겨우 발걸음을 떼며 집으로 가셨다. 아빠의 가는 길을 마중하고 돌아설 때면 어느덧 해가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 아빠에게 나는 어떠한 응원도, 희망도 줄 수 없었다. 그저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던 그때, 아빠가 했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아빠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아빠가 하는 말을 들어줘. 그게 최고의 위로야"


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다. 누군가 나의 말을 가만히 들어줬으면 하는 순간, 나의 힘듦을 토로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어깨를 두드려줬으면 하는 순간, 내가 울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순간말이다. 아빠는 몸도 마음도 병들었던 그 시기에 '나 너무 힘들다, 너무 아프다'라고 말하는 걸 들어줬으면 했던 것이다. '잘 될 거예요, 아빠는 이겨낼 수 있어요' 같은 응원은 이제 더 이상 아빠에게 응원이 아니라 부담과 압박이었을 것이다. 아빠는 그저 죽을 만큼 힘든 걸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우리는 남에게 '공감'하기 위해 애쓴다.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공감'이 아니라 때로는 '경청'이 최고의 위로일지도 모른다. 어쭙잖은 응원이랍시고 '잘 될 거야'라는 말을 건네기보다는 손을 꼭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마음을 다해 꼭 안아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위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누군가 힘들어한다면 귀를 기울여주자.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난 이랬어' 라며 공감한답시고 상대방의 세상에 노크없이 발을 쑥 들이밀지 말자. 그냥 귀를 기울여 경청하자. 잘 들어주고, 꼭 안아주자. 때로는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위로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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