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Q&A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Q&A
20대에 결혼한 연하 남편이자, 주말 부부로서 쓴 가상의 Q&A입니다.
- 별 뜻 없습니다. 남편 주부로서 집안일을 하다가 눈앞에 고무장갑과 제멋대로 뜯긴 라면 봉지가 보였습니다. 마치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생물처럼 고무와 라면을 단순히 1대1로 조합했을 뿐입니다. 다만 이전부터 B급 향이 진하게 풍기도록 필명을 지어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죠. 사실, 필명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셰익스피어 형님께서는 이렇게 말했죠.
“...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그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향기엔 변함이 없을 것을...”
고무같이 탄력 넘치고 유연하며 부드럽고 매끈한 글,
라면같이 한결같은 맛을 내는 꼬불꼬불한 나선형의 글,
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필명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도 참 고역이네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호호
- 연상연하 커플 매우 좋습니다^^ 제가 나이 어린 친구도, 동갑내기 친구도 만나 봤는데(앗! 아내가 옆에서 노려보네요), 연상연하 커플, 할 만합니다. 누님과의 결혼도 물론 그렇고요. 일단 주위의 시선을 즐길 수 있죠. ‘여자 친구가 연상이라며? 이열~ 능력자네’ 그럼 으쓱하며, ‘내가 원래 매력 터지는 남자잖아~’ 라고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시크하게 답변하곤 한답니다. 아내는 남편이 3살 연하라고 말하면, 요즘에도 종종 ‘이야~ 3살 연하남이랑 결혼하다니, 능력자시네요!’ 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하네요. 얼떨결에 저희는 능력자 부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음이 가는 한 사람이 있다면 -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혹은 어릴지라도 - 주위의 시선과 편견에 눌리기보다 본인의 가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가가기를 조심스레 권합니다. 어차피 인연이라면 만나는 거고, 아니라면 그 또한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경험이지 않을까요. 연상연하 썸남썸녀에게는 특히 그런 두둑한 배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물었죠.
“누나,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이게요? 140억 살.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우린 동갑이에요.”
심히 오글거리는 대사지만, 이 대사에 남녀의 관계와 사랑의 본질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용기를 가지시고, 파이팅!
* 김형중의 ‘세 살 차이’라는 노래를 추천합니다!
** 제 친한 친구 중에는 9살 연상과 결혼에 골인한 녀석도 있어요!(그야말로 능력자 두목이죠)
-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네요. 제 경험상, 주말부부는 ‘별로’ 안 좋습니다. 결혼을 두 사람 간의 교집합을 넓히는 과정이라 한다면, 주말부부는 그 과정의 큰 부분집합이 아예 생략될 수밖에 없어요. 저희 부부도 그랬고요. 특히 신혼일 때는 더 안 좋아요.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다투고, 조정하며, 포용하고, 이해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할 텐데, 신혼 주말부부는 이를 건너뛸 수밖에 없죠. 주말에 2~3일 같이 있는 시간으로는 상대를 온전히 알아가는 일은 쉽지 않죠.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그래도 이 사람이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 라는 상호 확신이 든다면 주말부부라고 할지라도 결혼하셔야죠. 거리가 멀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사랑의 힘이 아닐까요?(제가 말하고도 낯 뜨겁네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힘든 건 사실이에요. 저희 부부는 요즘에도 물리적 거리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 이런 점이 제가 퇴사를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에요. 지금은 학생으로 돌아와 다시 주말부부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떨어져 있는 거니까요. 저희 부부는 2년 안에 꼭 합칠 겁니다!
그럼, 아름다운 사랑 지키시길 바라며.
- 아쉽습니다!(아내가 옆에서 또 노려보네요) 일단, 접근하는 이성이 사라집니다(원래는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20대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인데, 주변 녀석들이 하는 두근두근 썸을 저는 더 이상 탈 수 없었죠. 매우 아쉽습니다. 또한 마음껏 신나게 놀 수도 없습니다. 한창 멋 내고 꾸미고, 재밌게 놀아재낄 여건이 다 갖춰졌는데, 이마저도 할 수 없죠. 설레고 동시에 왁자지껄한 미팅을 할 수도, 친구들과 훌쩍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도 없어요. 심지어 할로윈 파티도 못 간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또한 유부남이라 각종 모임에도 참여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당하기 일쑤죠. 갑자기 슬퍼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찍 결혼해서 아쉬운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먼저, 주변의 이성이 사라집니다. 결혼은 다시 말하면, 제가 집중할 한 사람이 생긴다는 뜻이고 이로 인해 제 주변의 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됩니다. 저는 귀찮은 거는 봅시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특별한 사이는 아니지만서도 놓치기엔 아쉬운 그런 이성 간의 모호한 관계에 상당히 지쳐있었거든요. 결혼함으로써, 이 모든 상황이 끝. 삶이 정돈됨을 느낍니다.
또한 마음껏 놀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내와 노는 게 나름 재밌습니다. 침대에 누워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한 얘기 하고, 함께 산책하고, 서점에서 책도 읽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도 하죠. 그리고 신혼생활에 관해 쓴 제 글에 대해 이것저것 코멘트를 주고받는 이 순간들이 정말 즐겁거든요. 학기 중에는 주말부부라 금, 토, 일 이렇게밖에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동안 뭘 하든 저희 부부에게는 놀면서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저를 우러러보는 시선이 좋아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20대에 결혼했다고 하면 ‘우와!’라는 반응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이 사회에서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결혼하기 힘들어지니까 그런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흠…. 능력자인가?’라는 근거 없는 의심을 받는다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진 않습니다.
결혼의 적령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무수히도 많은 상황과 개인의 가치관, 상대방의 의사 등 정말 무한대로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무조건 늦게 결혼하라는 말도, 일찍 결혼하는 것이 장땡이란 말도, 상큼하게 무시하시면 될 것 같아요. 본인과 사랑하는 그 사람이 원하는 그때가 결혼할 유일한 타이밍일 겁니다.
- 흠… 난처한 질문이네요. 아내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않는 몸이라. 솔직히 적어도, 검열되고 삭제될지 몰라요(아내여, 남편에게 표현의 자유를 달라!).
그래도 조심스럽게 써볼게요.
아내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에 거짓이 없죠.
아내는 대인배입니다.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저를 응원하던, 요즘 세상엔 흔치 않은 여자죠.
아내는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미주알고주알 수다 떠는 걸 좋아하죠. 저는 주로 들어주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쉼 없이 떠드는 그녀가 사랑스럽습니다.
아내는 유쾌한 사람입니다. 삶이 긍정으로 꽉 차 있어, 만나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저리 행복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지막으로 아내는 여린 사람입니다. 감정이 풍부하고, 눈물도 많은 여자죠. 때론 저로 인해 그녀 눈에서 눈물이 흐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더 잘해야지 깊은 다짐을 합니다. 저 같은 덜덜이를 사랑하는 여자는 아내가 유일할 테니까요. 아내가 흘린 눈물이 값없이 증발되지 않도록, 더욱 그녀를 알고, 이해하며, 사랑하고자 노력하는 저 역시 좋은 남편이 아닐까 정신승리를 해봅니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