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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무라면 Sep 25. 2018

「슬램덩크」 수컷,
그 뜨거운 열정에 관하여

<별책부록 : 내가 사랑한 그 때 그 시절 만화주제곡 2>

공 하나에 쏟았던 열정의 온도가, 코트에서 쏟았던 땀방울의 무게가, 심장부터 손끝까지 저려왔던 에너지의 파장이, 그리고 함께 호흡했던 동료들을 향한 어떤 영혼의 메시지가 한꺼번에 폭발했던 남자들의 뜨거운 눈물은 아니었을까.



* 본 작품의 스포일러가 존재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본 에세이는 의도적으로 강한 문체로 작성되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 가시기 바랍니다.

** 포켓몬스터에 이어 <별책부록 : 내가 사랑한 그때 그 시절 만화주제곡>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너에게로 가는 길"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우리 함께한 맹세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어

힘든 시간들이지만 난 웃을 수 있어

언제까지나 나를 믿고 사랑할 네가 있잖아


저기 환호하는 사람 들 속에 너의 시선을 느껴

놓치지 않아 바로 지금이야~


날 부르는 바람의 함성을 향해 하늘을 향해

내 몸 던져 내가있어

가슴 벅찬 열정을 끌어안고 박차 올라 외치고 싶어

crazy for you crazy for you 슬램덩크


나의 마지막 순간을 너와 함께 할 꺼야

내가 가진 모든 행운을 너에게 다 줄 꺼야

영원한 건 없다지만 너무 걱정 하지 마

잊지 말아줘 난 언제나 널 향해있다는 것을


저기 환호하는 사람 들 속에 너의 시선을 느껴

놓치지 않아 바로 지금이야~


날 부르는 바람의 함성을 향해 하늘을 향해

내 몸 던져 내가있어

가슴 벅찬 열정을 끌어안고 박차 올라 외치고 싶어

crazy for you crazy for you 슬램덩크











...!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


                - 슬램덩크 7권 정대만의 대사 中


   이 땅의 30, 40대 남성이라면 이 대사를 알 것이다(라 믿는다).


   슬램덩크. 단어만 들어도 당장 만화방에 가야겠다는 철없는 충동에 휩싸인다면, 당신은 30, 40대 남성일 확률이 높다. 나 역시 슬램덩크만 들어도 발작을 일으키는 평범한 남자다.


   아내에게 슬램덩크를 추천했다. 흥분한 나머지 구구절절 읽어야 할 당위성에 대해 설파했다. 그대도 회사원이기에, 많은 30-40대 남성을 상대할 텐데, 그들의 문화‧생각‧가치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명장면과 명언들이 난무하며, 지금도 수많은 패러디로 재생산되는 살아있는 컨텐츠이다, 목적 지향적이되 단순하며, 무모하지만 순수한 남자의 생물학적 본능을 이해하기 위한 참 괜찮은 참고서이다, 문학도인 그대이기에 문학적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작품이다, 등. 의욕적으로 관심을 보이던 아내가 지금은


슬램덩크를 읽지 않겠다!


라고 선언한 상태이다(내가 지속적으로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한동안 매일 저녁 8시부터 15분간 무릎 꿇고 반성했다).


   가정의 사소한 다툼의 원인이었을지언정, 난 슬램덩크를 사랑한다. 박상민의 오프닝 주제곡  <너에게로 가는 길> 역시 그 이유 중 하나다. 농구공 튀기는 소리를 모티브로 한 강력한 비트와 걸걸하고 남성적인 박상민 형님의 목소리까지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노래라 아니할 수 없다. 남자들끼리 (남사스럽게) 노래방을 갈 기회가 있다면, 이 노래를 불러보길 권한다. 1절이 끝나기 전에 마이크를 강탈당할 것이다(맛깔스럽게 부르기 위해선 역시 뺏어 불러야죠).


   한 때, 아이유의 노래들을 많이 찾아 들었다(물론 영상과). 찾게 된 한 콘서트 영상. <아이유의 슬램덩크, 너에게로 가는 길>


   곧장 슬램덩크을 다운받아 다시 정주행을 시작했다.


   다음과 같은 도시전설괴담이 내려오고 있다. 남고 수업시간, 한 학생이 만화책을 읽다 걸렸다. 슬램덩크였다. 선생님은 한 숨을 푹 쉬고 그냥 넘어갔다는 (황당한) 일화다. 과거 슬램덩크에 심취했던 선생님이 이 만화를 읽는 학생에게 교육적으로 훈계를 할 이유를 못 찾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라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슬램덩크는 살아 숨 쉬는 작품이다. 97년 연재 종료된 작품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에서 과연 어느 학교가 해당년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을까 하는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누구나 빨강머리 강백호는 알고있고, 슬램덩크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를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째서 이 작품은 위대한 전설로 남았는가? 가장 큰 강점은 서사의 몰입도가 아닐까 한다. 캐릭터의 매력도 엄청나, 강력한 서사와 어우러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킨다. 농구 문외한인 고교 1학년 강백호(자칭 천재라는)가 한 여학생의 마음을 얻고자 가입한 고등학교 농구부, 그리고 전국대회 제패를 위한 농구부의 여정. 이 정도로 요약이 가능한 슬램덩크는 서사의 디테일이 매우 섬세하다. 톱클래스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실력 있는 팀원의 부재로 번번이 예선 탈락을 했던 북산고 농구부 주장 고릴라 채치수,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부주장, 안경선배 권준호, 방황을 청산한 도내 중학 MVP 슈터, 불꽃남자 정대만, 코트위의 가장 빠른 사나이, 포인트 가드 송태섭, 미남이지만 농구밖에 모르는 냉혈한 수퍼루키 서태웅, 그리고 농구 초보이자 자칭 천재, 강백호까지. 현실에서 있을 법하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전국대회 우승이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합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 포기, 다툼, 좌절, 승리 등을 겪지만 이 모든 난관을 헤쳐내고 종국에는 패배 한다.


...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산왕과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북산은 이어지는 3회전에선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 완결편(24권) 나래이션 中


도내 No 2 플래이어, 상양의 에이스 김수겸(농구도 잘하고, 심지어 꽃미남!!!)

   슬램덩크에는 악역이 없다. 같은 목표를 쟁취하고자하는 라이벌만 존재할 뿐. 악역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한 이들도 결국 전국대회 우승이란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동종업계 종사자이자, 건전하고 순수한 경쟁자일 뿐이다. 도내 넘버원 플레이어인 해남대부속고의 이정환은 첫 등장에서 서태웅의 실력을 평가하며, “서태웅… 마치 작년의 윤대협(2학년 천재 플레이어)을 보는 것 같아... 그러나.. 아직 어려...” 라며 오만한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최고의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노력을 하고, 누구보다도 승리를 향한 간절함을 지녔으며, 적장까지도 존경할 줄 아는 멋진 인물이다(단점이라고 하면 애늙은이라고 강백호에게 놀림 당했다는 것 뿐). 심지어 작가는 스쳐가는 캐릭터에도 깊은 애정을 쏟는다. 그들의 승부욕, 투혼, 스토리, 철학을 묘사하는데 기꺼이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패배한 팀과 인물에게도 공감하고, 눈물짓게 만든다(북산에게 진 도내 2위 상양고의 에이스 김수겸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이다). 농구라는 소재로 목표를 위해 정직한 땀을 흘리며, 코트위에서 누가 더 강한지 공정한 승부를 겨루며,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할 줄 아는 진정한 남자들의 세계를 농구라는 소재를 활용한 만화. 이것이 슬램덩크의 본질이 아닐까.


   북산고의 전국재패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마지막의 먹먹함, 밀려드는 감동을 그대들은 기억하는가? 여전히 이를 추억하면서 다시 끓어오르는 전율에 온전히 온몸을 맡기는가? 이 젊은이들의 마지막 눈물은 경기에서 진 통한의 흔적만은 아닐 것이다. 공 하나에 쏟았던 열정의 온도가, 코트에서 쏟았던 땀방울의 무게가, 심장부터 손끝까지 저려왔던 에너지의 파장이, 그리고 함께 호흡했던 동료들을 향한 어떤 영혼의 메시지가 한꺼번에 폭발했던 남자들의 뜨거운 눈물은 아니었을까.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지나치게 감성화 된 이 땅의 수컷들에게 감히 제안한다. 슬램덩크를 다시 한 번 정독하시길.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노력, 피 비린내 나는 사투, 벅찬 우정, 상대를 인정하는 아량, 그리고 목표를 향한 거침없는 질주에 다시 목 놓아 열광해 보기를.


그대들의 순수한 야성의 불꽃에 다시 한 번 기름을 붓기를.


맹목적이지만, 순수하게, 땀 냄새 진하게 풍겼던 이 땅의 남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난 지금입니다!”


  - 슬램덩크 완결편(24권) 강백호의 대사 中






* 이 글은 아내에게 바치는 글이기도 하다.

   아내여, (어린) 남편을 믿고

    슬램덩크는 꼭 읽어보시길!

** 아이유의 슬램덩크 OST 라이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KS8ON3izxd0

아이유 양 너무 깜찍하네요. 슬램덩크 OST를 이렇게 새롭게 창조하시다니... : )


***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능남고의 윤대협이다. 도내 원탑 플레이어 이정환과 필적하는 압도적 실력, 팀을 통솔하는 부드러운 리더십, 승부처를 정확히 꿰뚫는 통찰력, 상대를 진정으로 인정하는 넓은 배포, 그리고 여백의 여유와 아량, 때론 허술함까지. 주인공 팀에게 패배하여 전국에서 그의 강인한 실력을 드러낼 기회를 놓친 비운의 캐릭터. 너무 완벽하게 그려져 작가가 유일하게 정(情)을 못 붙여나는 그 캐릭터.


      천재 윤대협.



능남고 에이스 2학년, 천재라 불리는 윤대협      VS      도내 No. 1 플레이어, 해남대부속고 3학년 이정환



북산 농구부 매니져 한나(포인트 가드 송태섭의 짝사랑/왼), 강백호의 짝사랑 소연(주장 고릴라 채치수의 여동생/우)


농구...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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