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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수임 May 23. 2024

티티카카호수 위의  삶, 우로스 섬 -'까미사라키?'

은퇴 여교수의 남미방랑기 10

티티카카 호수는 안데스 산맥의 푸른 심장이다. 해발 3,810미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 호수는 거대한 수평선과 푸른 하늘로 둘러싸여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 양 국가에 걸쳐있어 바다와 같이  큰 호수다.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우로스(Uros) 섬의 주민들이 있다.   

우리 일행은 푸노를 떠나 긴 여정 끝에 티티카카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위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피할 겸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 조그만 배에 올랐다.


"까미사라키(KAMISARAKI)? 요즘 잘 지내니?"

가이드 리나도가 그들의 언어인 아이마라어로 인사를 한다. 그는 우리에게  호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티티카카(Titicaca)'에서 'titi'는 퓨마를  'caca'는 회색 혹은 바위돌을 의미해  티티카카란 '회색 퓨마'를 뜻한다. 잉카인들은 퓨마를 힘의 상징으로 숭상해 왔다고 한다.

이 호수는 안데스산맥의  알티플라노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육지 속 바다'라고 할 만큼 그 크기가  바다처럼  넓다. 

 토토라갈대집의 마을풍경


 배를 타고 설명을 들으며 우로스섬으로 가는 동안, 멀리서  장난감 같은 토토라 집들이 보였다.  물안개가 끼고 구름이 잔뜩 내려앉은 모습이 마치 안데르센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했다. 우로스 갈대 섬을 이어 주는 토토라 배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곤돌라와도 닮은 모습이었다.  배 머리 부분에는  퓨마 얼굴을  장식해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티티카카의 상징인 퓨마모습의 배

 

  섬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주민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우리를 환영하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배에서 내리며 한 발을 내딛자  바닥이  출렁거리며  넘어질까 긴장감이 들었다. 익숙지 않은 촉감이었다. 동시에 토토라 갈대의 향기가 코끝을 다.

                     

이들은 언제부터, 왜 여기 호수 위에서 살게 되었을까? 수 세기 전, 티티카카호반에 살고 있던 우로족은 아이마라족과 케추아족을 비롯한 이웃 부족들의 박해를 피해 육지를 떠났다.  이들은 호수로 들어가 물 위에 자라고 있는 ‘토토라’라는 갈대를 엮어 물에 띄울 수 있는 인공섬을 만들어 살게 되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삶이라니, 얼마나 불편할까? 그러나 우로스 주민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존중한다. 그들은 갈대를 수확하고,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새벽마다 일어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태양을 맞이한다. 이들의  삶은 토토로와 필연적으로 얽혀 있다. 토토로 갈대를 가공하고 이 재료로 집과 배, 심지어 장난감까지 만들어 낸다. 여자들은 전통을 담은 화려한 색감의 수공예품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공예품은 자연과의 조화와 지역 전통을 담고 있었다.

 

갈대는 물과 닿으면 썩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에 새로운 풀로 엮어 깔아야 한다.                                        토토라 갈대를 말려 만든 우로스섬,

이들은 단순한 삶을 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지혜와  인내가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섬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에 갚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의 섬 생활을 구경하며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기는 백화점도 명품도 자동차도 필요 없는 욕망이 무의미한 곳이 아닌가? 물질이 넘치는 도시인들의 탐욕스러운 삶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단조롭고 평화로운 삶인가!

바람에 갈대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은  그대로 호수의 물결 위에 내려앉은 듯하다.  

  

전통을 담은 원주민 여성들의 수공예 작품


우로스섬 주민과의  만남은  여행의 감성 풍성하게 해 주었다. AI도, 컴퓨터도, 명품의 욕망도 없는 이곳, 티티카카. 여행자들의 욕망을 잠재워 주는 곳으로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에게 외쳐본다.

"까미사라키(KAMISARAKI)? 요즘 잘 지내니?"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왈리키! (WALIKI) 아무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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