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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짱 Aug 14. 2020

조금만 더 솔직하길

테이크원, 이센스, 뱃사공

나름 스스로에게 솔직하다고 생각하는 편, 그리고 글 또한 솔직하게 쓴다고 생각하는 편, 그러나 지나온 글들을 다시 읽을 때 보이는 수많은 자기 검열의 흔적들을 보며 내 생각과 실제 내 행동은 많이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조금의 거짓 없이 꺼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보면, 어쩌면 나 같은 평범한 아마추어 나부랭이는 그런 솔직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게 당연하다 싶은 생각도 들긴 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래퍼 테이크원이 정규 앨범 ‘녹색 이념’을 내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무 오래 걸려서 팬들의 비난이 상당했을 정도.. 시간이 지나 결국 앨범을 냈고, 인터뷰에서 왜 이리 늦어졌냐는 질문에 테이크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속에 있는 것을 더 꺼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앨범 작업이 오래 걸렸다.’    


뭔가 머리가 띵했다. 인터뷰를 보고선 녹색 이념을 처음부터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의 팬이 되었다. 아마 나처럼 감명 깊게 앨범을 들으신 분들은 저 인터뷰 내용이 이해가 확실히 되실 것이다. 후에 녹색 이념:감독판이 나왔을 때는 마지막 두곡 제자리와 암전의 순서가 바뀌었고, 마지막에 개화라는 곡이 추가되었다. 나는 마지막에 추가된 트랙 개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제야 테이크원의 녹색 이념이 끝(완성) 났구나'

   

한국 최고의 래퍼를 꼽는데 늘 거론되는 이센스, 그의 명반 중 명반인 에넥 도트에서 인기 있는 그의 곡 writer’s block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아직 내가 못 꺼내 놓은 게 있어 그것만 찾으면 가짜와 내가 구분될 수 있어.’    


이센스는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랩으로 뱉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런 그 조차도 속에 있는 이야길 꺼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하는구나 싶었다. 세상에 가사를 쓸게 없다는 내용을 가지고 이런 가사를 쓰고 이런 랩을 하다니.. 진짜 이센스는 한국 최고 중 최고다.

 

최근 나의 최애 래퍼는 뱃사공! 뱃사공의 출항이라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뱃노래’라는 곡을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년에 어떤 가사를 적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솔직하길'


그렇게 솔직했기에 그다음에 한국 대중음악 최우수 힙합 앨범을 받은 탕아 앨범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탕아는 정말 내 인생 앨범 3개 고르라면 무조건 들어가는 인생 앨범인데, 꼭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길..

    

뱃사공은 ’ 내일의 숙취‘라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불쌍한 사람 아니야, 돈이 없는 사람이지” 와! 이런 말을 뱉을 수 있는 그의 자존감 swag는 솔직함에서 나온 게 아닐까? 나 이때 너무 놀랬다.

    

솔직하게 이야길 꺼낸다는 건 어렵다. 어쩌면 그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한 마음을 들게 할 수도 있다.     

글쓴이의 솔직함, 그리고 독자의 불편하지 않은 마음 그 중간 사이의 줄타기를 잘하는 작가야말로 괜찮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런데 어디다 말할 곳이 없어 늘 글로써 이야기를 풀어낸다. 블로그, 메모장 등등 정리되지 않고 수북하게 쌓인 글들이 있다. 나의 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써 솔직하게 다 써 내릴 용기도 없지만, 눈치가 보여 남들 보기 좋으라고 거짓말을 쓰고 싶지도 않다.

    

가끔씩 다시 읽을 때마다 지나온 글에 보이는 수많은 자기 검열들을 볼 때마다 아쉽다. 이번에는 조금만 더 용기를 내자고, 조금만 더 부담을 덜자고, 조금만 더 자유로운 생각으로 글을 써보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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