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보셨나요? 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때 처음으로 아이언맨 1편이 나왔고, 군대 제대를 한 후에 어벤저스 1편이 나왔습니다.
마블 덕후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오는 영화들을 다 챙겨보며 좋아했던 마블 시네마틱이 엔드게임으로 첫 번째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20대를 함께 했다는 기분이 들어 알 수 없는 몽글몽글함이 들더군요.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는 해리포터와 함께했는데,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는 마블과 함께 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의 기간에 한 귀퉁이에는 마블 시네마틱 영화들이 있습니다.
엔드게임의 내용은 대충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벤저스가 시간여행을 통해 평행세계의 과거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중에 토르의 타임 슬립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어요.
전 편에서 제일 강한 어벤저스라고 자칭할 만큼의 포스를 보여준 토르는, 결국 타노스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며 폐인이 됩니다. 매일 술만 마시며 게임만 하며 현실에서 도피한 토르는 그 멋진 몸매와 강한 힘을 잃었습니다. 자신감도 없고, 우울증이 왔는지 자꾸 울기까지 하더군요. 더 이상 전 편의 도끼를 휘두르던 강력하고 멋진 모습은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토르를 달래서 본부로 데려오고, 함께 타임슬립을 통해 인피니트 스톤을 가지러 가기로 합니다. 토르는 로켓과 함께 고향 아스가르드가 파괴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시점은 아마 토르 2편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간대에는 아직 토르의 어머니도 살아계셨어요.
그곳에서 토르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납니다. 그리곤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자신의 무력함을 힘들어했던 토르는 어머니께 그동안의 힘들었던 감정을 털어놓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달래주시지요.
대화 도중 로켓이 나타나 스톤을 얻었으니 지금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때 마지막에 나눈 대화가 저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토르: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요.
토르 어머니: 선물 같은 시간이었단다.
저는 이 두 문장의 대화가 마치 마블 시네마틱과 그 팬들을 대변하는 대화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 함께해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마블 시네마틱, 그리고 그 시간들이 마치 선물 같았다고 이야기하는 팬들.. 시네마틱의 첫 번째 장을 마무리하며 건네는 인사같이 느껴졌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된 시기였기에, 괜히 또 주책맞게 제 상황에 대입하게 되더군요. 짧은 시간을 만났지만, 제게는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많이 약해져 있는 시간에 알게 되어서 더 만난다 해도, 서로가 감당이 안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대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