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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짱 Aug 18. 2020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잇값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이 아닌, 방황이 시작되었다. 전공인 디자인은 죽어도 하기 싫었는데, 우연히 또 네일 스티커 만드는 회사에 붙어서 잠깐 일을 하다가 당시 목디스크가 너무 심했던 나는 '내가 여기 있다가는 목이 마비되어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만두고 나와 헬스장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카운터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다는 말에, 나는 이때 책을 꽤 읽었다. 특히 이때 동양철학을 많이 보았는데, 불교로 시작해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손자 등등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내가 맹자에 관한 책을 읽고 있을 때 헬스장 회원 중 한 분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아주 재밌는 책을 읽고 계시네?" 나는 뭐지? 싶은 마음이었지만 웃으면서 "뭔 말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보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꽤 나이가 지긋하신 형님이었는데, 상당히 후리(?)하게 입고 슬렁슬렁 헬스장을 오셔서 완전히 옛날 스타일로 운동하시는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를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분이 내 앞에 앉으셔서는 중국 역사에 대해 얘기하시기 시작했다. 은나라부터 시작해서 촤르륵 이어지는 내용에는 우리가 아는 동양철학자 들어 대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너무 놀랬다.. 한 권 한 권 다른 책들을 읽어 나갈 때마다, 이분이 하신 말들이 다 들어맞음에 감탄했다. 이쪽 방면으로는 잘 알고 계신 분이구나 싶어서 어느 날은 "죄송하지만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니 회계 쪽 일을 하신다고 하셨다.


나는 이분을 보면서 두 가지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1. 겉모습이 다가 아니구나

2.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은 없구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 비판하는 말들 중에 '나잇값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왜 모자라냐는 비판을 서로에게 가한다. 그런데 이때 내가 얻은 생각으로는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였다.


물론 못하는 부분은 있겠지, 근데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원하는 부분일 뿐이지 그 사람이 쌓아온 부분은 나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동을 하는 방법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그 형님을 판단했던 거였다. 그리고 그건 나의 좁은 생각이었을 뿐..


타인이 내가 원하는 부분에 있어서 쌓은 것이 없다고 나쁘게 생각지 말자고 다짐했다. 한해 한해 지나오면서 쌓은 부분들이 나랑은 다를 뿐이지 각자의 나이게 맞게 쌓아서 제 몫을 하는 나잇값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봐도 모자란 부분 투성이 인걸..


난 이때 왜 윗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윗사람들을 공경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아랫사람에게는 꽤 괜찮아 보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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