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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다솜 Feb 04. 2023

말할 수 있는 용기

[서평]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술이라서 - 8인의 여성


| 해당 도서는 새벽감성 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여자와 술’, ‘술과 여자’

사회에는 이 두 단어에 대한 편견이 있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여자 혼자 혼술, 술을 남자만큼 많이 먹는 여자 기타 등등..

여자가 술과 엮이면 대부분 부정적인 시야로 비친다.


조금만 다르게 말을 바꿔보자.


여성 바텐더, 혼자 책맥을 즐기는 여자, 절대 취하지 않는 여자

조금은 긍정적인 뉘앙스로 읽혔는가?

말은 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8인의 여성들의 각양각색 술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이 담긴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나 역시 술에 대한 편견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술자리에서 친구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듯이 책과 수다를 떨고 있는 기분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혼자 맥주 한 캔을 했다.

술안주로 제격인 책이었다.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우리는 ‘애주가’라고 부른다.

애주가 = 술을 정말 많이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한 애주가란 이런 분들이 아닐까.

정말 술을 좋아해서 찾아 먹고, 직접 만들어보기까지 하는 이 열정..!


난 항상 우리 아빠를 애주가라고 불렀는데, 아빠는 단순히 술을 많이 먹는 다주가였다..


예전에 친구를 따라 특별한 개업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술을 직접 빚고, 음식과 함께 페어링을 해준다.

단순한 막걸리 집의 식당 개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우리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알리려고 하는 분들이었다.

각자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향성으로 우리술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음식과 술에 대해 무지한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개업식이기에 주로 지인들이 방문하였고, 나는 친구를 졸졸 따라갔던 것이다.

그곳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언니들과 함께 술과 음식을 먹게 되었고,

도수가 아주 높은 술들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텐션이 한껏 올라갔다.


역시 술 앞에서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

유쾌하고 재밌는 언니들이라 짧은 시간이지만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그 짧은 순간에 인스타그램을 서로 팔로우하여, 친분은 없으나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언니들 역시 우리술에 대한 애정이 엄청났는데,

종종 그들끼리 모여 맛있는 주점을 찾아 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저런 술자리라면 건전하고 배울 점이 참 많은 술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성인이 되고 술을 마시며 다양한 일들이 참 많았다.

주량도 모르면서 마시다가 여러 번 취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주변이들에게 민폐를 끼친 적도 다수이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며 숙취로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건 도저히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기에,

오히려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터는 술을 많이 안 먹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잦은 회식으로 고생을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회식이 거의 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 다행히 술로 인해 이미지가 깨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그렇게 나는 술을 ‘적당히’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적당한 술기운은 주로 좋은 작용을 가지고 왔던 것 같다.


친구에게 서운했던 마음을 말도 못 하고 끙끙 앓고 있을 때, 술을 마시며 서로의 오해를 풀기도 했다.

평소 어려웠던 선배였지만, 술을 마시며 친해지기도 했다.

친구의 좋은 소식을 축하하며 기분 좋게 파티를 할 때도 술은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중 나에게 ‘술’이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아빠와의 술자리이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우리 아빠는 애주가 아니, 다주가이다.

어릴 때는 퇴근하고 꼭 반주를 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다.

힘들다면서, 왜 술을 마실까?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 역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랑 집 앞에서 막창에 소주를 먹는 게 우리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특히 맥주는 좋아하지만, 소주만은 절대 먹지 못하는 나인데도 꼭 아빠랑은 소주를 먹게 되었다.

아빠랑 먹는 소주는 먹을만했다.

맥주도 아닌 소주를 먹다 보면, 진솔한 얘기들이 막힘없이 술술 나오게 된다.


한 번은, 아빠가 많이 지쳐 보이고 힘들었을 때 어김없이 둘이 막창에 소주를 먹으러 갔다.

그날은 유독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술과 음식만 먹었다.

반 병이 비워지고 나니, 아빠는 힘든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빠는 평소 말이 정말 없지만, 소주 반 병을 먹고 나면 그 무겁던 입이 터지는 것 같다.

술을 마시며 술술 말을 털고 나니 한결 가볍고도 얼큰해진 아빠와 술기운에 노래방까지 달렸다.

그다음 날 아빠가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다시 활기가 생겼다.

아마도 그 역시 끙끙 앓고 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술을 마시며 말로 털어놓은 순간 사라진 게 아닐까?


나는 다음날 숙취에 시달렸으나.. 이렇게 적당히 술을 맞춰줄 수 있는 수준의 주량이기에 술에게 고마운 순간이다.

아빠는 친구들한테 나를 술친구라고 소개한다.

나는 그게 내심 뿌듯하다.


 





생각해 보면 술을 마시다 보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술을 먹다 보면 말이 늘어나고, 늘어나는 말들만큼 술병도 늘어난다.

술을 마시며 대화하던 그 테이블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나왔을 텐데,

주로 다음날이 되면 까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8인의 작가들은 술을 마시며 든 생각들을 고스란히 책으로 엮어냈다.

읽는 내내 공감도 많이 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재밌게 읽었다.

술술 읽히는 술에 관한 그녀들의 책을 술안주로 추천한다!




*추가*



깨알 술비티아이

나의 술비티아이는 상그리아 :)





술에도 다양한 취향이 있다.

나의 취향의 술은 무엇일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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