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점 탐방기(1)

주책공사(부산편)

by 이마루

언제부턴가 여행을 가면 그곳에서 책을 사오는 것이 내겐 당연한 일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기념 마그네틱을 사오는데, 나는 그게 책일 뿐이다. 나름의 그 장소를 기억하려는 노력이자 수집에 대한 집착이랄까. 아, 책 또는 문구류 둘 다.


이번 부산여행은 책과 문구가 테마였다.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차이나타운으로 넘어가 맛있는 짬뽕 한 그릇부터 비웠다. 그리고 본격 책방 탐방 시작. 시간은 2박 3일,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역시 양보다는 질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알게 될 새로운 작가 또는 책을 생각하니 그저 신난다.

첫 번째로 찾아갈 곳은 수영구 민락동에 있는 주책공사다. 렌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수단은 오로지 버스 아니면 지하철이었다. 서점이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 해운대역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동안에는 집에서 들고 온 소설을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 그 지역만의 여행 정서를 빌드업하기엔 첫 내용부터 다소 불쾌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예의 추리소설만의 기세(?)에 편승해 금방 몰입했다.


여기가 맞아? 하면서 주택가 깊숙이 내려가는 사이, 혼잣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책’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담벼락이 보였다. 도착했다.

어느 동네책방이든 일단 그 장소에 이르고 나면 책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와 공기 때문일까. 다른 세상에 들어선다는 상상을 곧잘 하곤 한다. 망상일는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책이 빼곡하게 들어찬 서가와 진열대가 보였다. 매대 옆에는 다 지난 크리스마스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의 책트리가 놓여있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집에도 한번..이라는 망상도 해본다.


진열대 위에는 독립출판서적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책에는 그 작가님의 코멘트가 붙어있었다.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쌓여있는 책들이 저마다의 인생을 소곤거리는 소리가.

서가에는 대중적인 문학, 비문학 등이 꽂혀있었다. 그리고 생일 서적들이 한 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럭키박스처럼 어떤 책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채로 날짜별로 고르는 책상자였다. 난..의외로 이런 모험은 즐기지 못한다. 들어있는 책이 끌리지 않을 경우, 읽지 않게 될 책이 괜히 안타까워서다. 책방 전체를 두세 바퀴 돌며 책을 고르는 사이 학생 두 명과 중년 아주머니 두 분이 각각 들어왔다. 학생은 선 채로 독립출판책을 하나 골라 읽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 모인 여럿이 오로지 책에만 몰두하고 있는 이 풍경.


내가 고른 책은 양영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그리고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두 권이다.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두 사람의 책을 선택했다. 책을 계산하려니 책방주인되시는 분이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의 태그를 찍으면서, 아 이것도 좋죠.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제 책장에서 이 책을 보면 이곳 서점의 기억이 같이 떠오를 테다. 음,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