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서 가능한 주옥같은 반전

홍학의 자리(정해연) 리뷰

by 이마루

앉은자리에서 완독 했다.


서점에만 가면 매대에서부터 눈에 띄어 늘 마음속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다가, 민음사 TV의 김민경 편집자님이 이 소설을 언급한 유튜브 클립을 보고는 때가 됐다 싶어 밀리의 서재 전자책으로 바로 읽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라서 반전이 대단하다고들 입을 모아 말하는 건지.


어지간한 반전은 반전도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꺾였다. 아직 모르는 이야기가 세상에는 수두룩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팔짱 끼고 읽기 시작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그 반전을 추리하느라 머리를 굴렸다. 그렇지만 예상의 방향부터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틀렸기 때문이다. 상상으로 맞춰본 여러 가지의 결말은 모두 빗나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 남자가 호수에 시체를 유기한다. 그 시체는 열여덟 살의 학생이고 유기하는 사람은 마흔다섯 살의 선생이다. 인물과 그들 간의 관계부터가 파격적이다. 그리고 첫 장면은 충격적이다.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경찰과 유력한 용의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시체로 발견된 학생을 중심으로 그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반전도 중요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생각의 흐름과 그에 따른 행동 변화를 각 인물의 속으로 들어가 체험해 보는 느낌이랄까.

사건을 수사하는 강치수 경위의 추리 과정을 따르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생각하지? 하며 수사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그의 생각을 관찰했다. 김준후의 변해가는 심리도 주목해서 읽을 만하다. 서서히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그대로 행동과 생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조금씩 본인의 성향이랄지, 본색이랄지, 섬뜩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점을 캐치하면서 읽었다. 준후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메모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아, 결국 그렇게 됐던 건가. 하면서 모든 걸 납득하게 되었다.


문학이라서 가능한 반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읽기란 글을 재료로 내 머릿속에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난 그 안에서 자유롭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결말은 내가 만든 세계관의 밖에 있었다. 선입견 때문에 스스로 가둔 세계 안에서 맞이한 바깥세상의 결말이라니.

한 번은 읽어도 좋을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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