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독서 여정

우연한 서점과 솔잎책방(부산편)

by 이마루

#1. 우연한 서점은 주책공사와 3분 거리에 있다.

오늘 구매한 책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이날 날씨가 꽤 추웠다.


딸랑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공기가 후욱 불어왔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자리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통유리창으로 바깥을 볼 수 있게 놓여 있는 책상과 그 위의 독서등과 독서대, 완벽하다. 책을 위한 공간입니다. 온 공간이 그 말 한마디만을 속삭이고 있었다.


손이 시려 핫초코를 주문했다. 카페 내 진열된 책은 추가금만 내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나는 가지고 온 책이 있어 음료만 주문했다. 카운터 앞쪽으로는 볼만한 독서템이 잔뜩이다. 여기서 팔로미노 HB연필 한 자루와 연필캡을 구매했다. 팔로미노 연필은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는 유형이었다. 새로 발견한 문구라 기분이 좋았다.

고타츠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담요를 덮고, 조금 전에 구매한 양영희 작가의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를 펼쳤다.

달콤한 핫초코 한 모금에 책 한 장.


사실 회사를 다닐 때는 소확행도 모르고 살았다.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랄까, 나에겐 그 기준선이 좀 많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는 쉽게 받는 반면에 행복을 느끼는 일에는 의식적인 작업을 필요로 할 만큼 피곤한 삶을 살았다. 방바닥 뜨끈한 좌식 의자에 앉아 책에만 신경 써도 되는 지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드물고 귀한 시간인지를 생각했다. 소중하고 귀하다. 이것이 몇 안 되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것도 알겠다. 게다가 내가 선택한 책이 읽으면 읽을수록 느낌마저 좋다. 이것 만큼 만족스러운 게 더 있을까.

한 시간 반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어느 주택가 사이에서 이런 뜻밖의 북카페라니. 기분 좋은 부산에서의 첫 번째 밤이다.



#2. 다음날, 수영구에 있는 솔잎책방에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책과 관련한 아이템을 구입하려고 들렀다.

소장하고 싶은 책은 반드시 구입해서 읽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책을 위한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도서관을 애용하는 편이다. 다니고 있는 도서관만 네 곳에 이른다. 대여한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때 사용하려고 북커버를 구입했다. 광목천? 소재인가, 베이지 컬러의 마음에 드는 북커버가 크기별로 있었는데 이미 모두 품절이었다. 윽.


주문제작 가능하다고 했지만 번거로워질 것 같아 그건 또 포기.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북커버를 두 가지 스타일로 골랐다. 그리고 책 뒤에 끼워서 사용하는 작은 필통도 골랐다. 책과 관련된 물건을 사는 건 책을 사는 마음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이 북커버를 들고 다닐 때마다 종종 부산이 생각나지 않을까.

내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