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클럽

브런치 독서클럽 후기

by 이마루


지난 나의 6년이 뭉뚱그린 하나의 구름 덩어리처럼 통째로 사라졌다. 현재에서 바라보는 과거란 늘 이런 식인 건지 궁금했다.

물론 생각하고 움직이는 한 사람이기도 하니 지나온 길 어딘가에 족적은 분명 남아 있을 거다. 과자 먹고 흘린 부스러기마냥 여기, 저기.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1월부터 일을 잠깐 쉬고 있다.

사실 직업을 구하면서 품은 가장 큰 소망은 책을 원하는 만큼 사고, 또 읽는 것이었다. 영화와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눈 떠보니 나는 그냥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퇴근 후의 머릿속은 늘 용량가득이었다. 그날 겪은 일들은 그날 머리에서 비워야만 했다. 그래야 내일도 일반 사회인인 척 연기하며 버틸 수 있었으니까. 불멍 보듯 유튜브만 멍하니 보는 게 낙이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이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데 그 대상이 누군지 나도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진다면 과거의 나 자신일 테다.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이야기만 한권, 두권 서재에 쌓여 간다. 내 업보마냥 차곡차곡. 정작 나는 이야기를 탐구할 힘도, 시간도 없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독서를 아예 못한 건 아니었다. 퇴근 후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서점을 느릿느릿 거닐며 그래, 이번 주에는 반드시. 라며 주먹 쥐고 사온 책들만 집에는 수십 권에 이른다. 6시 정시에 퇴근하더라도 저녁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잔 집안일을 다 한 다음에는 시계는 언제나 9시에서 10시 사이를 가리켰다. 그때부터 책 속에 빠져들면 행복하지만, 그것도 휘리릭. 문득 눈을 들어 시간을 보면 밤 12시 언저리다. 자야 할 시간. 그건 또 싫었다. 눈 뜨면 출근을 해야 하니까. 하.


잠깐의 독서시간에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게 삶이란 지금처럼 버거운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 한 권을 읽더라도 끊지 않고, 그러니까 몰입이 끊기지 않는 채로 하나의 이야기를 다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어중간한 시간의 독서는 남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늘 아까운 직장인의 불만이었다 치자.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독서의 흔적은 내 정신과 마음 어딘가에 족적을 남긴다. 심지어 다음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니까.

굿즈로 온 이슬아 작가님의 가녀장의 시대, 독서클럽 키링

1월 브런치 독서클럽 신청을 한 이후로 책에 대한 나의 삶이 바뀌었다면, 믿어주려나.


되는 시간에만 틈틈이 읽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어수선한 나의 독서 행위가, 라이브독서를 통해 시간이라는 분명한 기록으로 남으니 이것이 나의 도파민이요, 새로운 습관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다.


1월 한 달간은 그렇게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시간을 쏟았다. 지금은 비록 베타 활동기간은 끝났지만 책을 펼치면 난 어김없이 지난달, 지난주, 어제와 마찬가지로 라이브 독서를 켠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한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냈노라고.

난 병렬독서를 한다. 여기에서도 이야기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성향이 드러나는 듯하다.


쉬는 동안 마음먹은 목표는 하나다.

복직해서 다시 시간이 부족한 삶으로 돌아가더라도, 습관이 된 독서가 그때는 옆에 꼭 붙어 있어 주기를.

아니,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도 책은 늘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떨어져 있던 지난 6년은 혼자서 너무 외로웠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