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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Jan 01. 2017

뉴욕, 영화를 여행하다

프롤로그

#1. 뉴욕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같은 장소의 두 번째 여행이 주는 혜택이 있다면, 그것은 장소적 여유 혹은 의미 부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가보라고 등 떠미는 곳에서 한발치 물러나서 자신의 시각으로 보다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생긴다거나 아니면 그곳에 자신만의 소중한 의미를 더하여 방문했던 명소조차 신선하게 바라보게 되는 감동적인 경험을 한다거나.


이번 두 번째 여행의 주제는 (당연하지만) 영화였습니다. 짧은 시간 준비해야 했던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꼭 내 발로 찾아가고 말겠어'라며 벼르고 있던 뉴욕 촬영지만 26곳으로 추렸는데, 다만. 모든 장소에 발만 찍고 오겠다는 헛된 야망은 스르르 내려놓고 그 가운데에서도 좋은 곳이 있다면 반나절이고 하루고 머물겠다는 그런 각오로 여행에 임했습니다.





#2. 그렇게 해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는 이터널 선샤인과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보았고,


타임스퀘어에서는 바닐라 스카이와 택시 드라이버, 나홀로 집에, 고스트 버스터즈, 미드나잇 카우보이, 버드맨, 비긴 어게인, 섹스 앤 더 시티, 지상의 밤, 레옹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거울 만큼의 수많은 영화를 만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50년 대의 춤추는 대뉴욕을 보았고요,


소소하게는 유브 갓 메일에서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핫도그를 먹던 그레이스 파파야와 톰 행크스가 커피에 대한 단상을 말하던 스타벅스, 그리고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던 카페 랄로에도 다녀왔습니다.





브루클린 브리지에서는 섹스 앤 더 시티와 춤추는 대뉴욕을 보았고, 개인적으로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던 캐리의 집과 시트콤 프렌즈의 모니카 집까지도 다녀왔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난 곳, 카츠 델리카트슨에서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도 먹어봤고요.





리틀 이탈리에서 로버트 드니로의 비토 꼴레오네가 걷던 그 거리도 주인공과 함께 걸어봤습니다.





인사이드 르윈에서 오스카 아이작과 캐리 멀리건이 이야기하던 곳, 카페 레지오와 워싱턴 스퀘어 가든에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센트럴 파크에서 아침 산책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바닐라 스카이와 세렌디피티의 배경이기도 했던 더 몰과 나홀로 집에, 비긴 어게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등장한 베데스다 분수에도 다녀왔습니다. 우디 앨런의 맨하탄에서 두 주인공이 보트를 타던 곳. 그리고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도 등장한 보우 브리지도 걸어봤고요.





#3.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곳이 있다면,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가 촬영된 덤보와 레퀴엠의 꿈의 장소 코니 아일랜드, 그리고 이터널 선샤인의 몬탁이었습니다.


사실 이 세 장소가 여행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 영화와 저 사이를 이어주는 고리가 만들어진 듯한 놀라운 감동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언젠가 감독 트뤼포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 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두 번째 단계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해도, 세 번째 단계는 차마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 능력 안에서 그 영화를 꼭 끌어안고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단계란 그곳으로 찾아가 온몸으로 영화와 이야기를 체감해보는 것입니다. 이번 뉴욕 여행은 바로 이 점에 확신을 갖고 오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고요.





#4. 그러니 흔한 스타벅스에서도 감동할 수 있었던 이유란 영화, 그리고 음악입니다.


제이지와 앨리샤 키스가 예찬했던 뉴욕의 화려한 모습도 보았고, 미드나잇 카우보이와 지상의 밤, 택시 드라이버에서 감돌던 이면의 외로움은 물론 인사이드 르윈의 쓸쓸함마저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닐라 스카이와 레퀴엠의 몽환적인 뉴욕, 나홀로 집에 에서의 따뜻한 뉴욕, 세렌디피티의 사랑이 가득한 뉴욕, 이터널 선샤인의 기억이 아련한 뉴욕, 그리고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의 추억으로 물든 그리운 뉴욕까지.


사실 프롤로그에 못다 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떠나는 그날까지도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 했던 뉴욕이 지금도 손에 잡힐 듯 그립기도 하지만 이야기로서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또한 그 여행을 사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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