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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Feb 19. 2017

말레이시아 여행이 내게 남긴 것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기

말레이시아 여행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총 일주일 간 랑카위페낭,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말라카를 순으로 다녀왔습니다. 4개 도시를 꾸역꾸역 욱여넣은 계획에 7일이라는 시간은 꿈만큼 짧았던지라 지금도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간을 거쳐왔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고는 합니다. 그러나 각 도시를 떠올릴 때마다 눈앞에 그릴 수 있는 정서와 색채만큼은 또렷한 것을 보니 그 시간들을 한낱 방랑하는데 헛되이 소모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얹어)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이해하고 온 여행이라는 점에서 값집니다.

두루두루 변수가 놓인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행동이나 느끼는 감정들을 개별적으로 혹은 뭉뚱그려 만져보면서 그 질감을 온몸에 새기고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레이시아라는 낯선 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헤쳐나가는 하루를 반복하며 축적된 경험들이 글을 쓰려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묵직한 무게감이 되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이번 여행 한 번으로 저 자신을 분명하게 파악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그저 단언할 수 있는 건 그곳에서의 기억이 마치 질 좋은 토양처럼 저의 일상에서 스며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든 감정으로든, 행동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1. 랑카위


저의 첫 말레이시아, 랑카위입니다.

사실 어떤 점이 저를 랑카위로 끌어들인 건지 그 시작은 이미 희미해진지 오래입니다. 아마 어딘가에서 우연히라도 발견했을 양 날개 곧게 핀 당찬 독수리 상의 사진이 아니었나 짐작만 할 뿐입니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서도 혼자 여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가 컸던 곳이었는데,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라도 이곳을 첫 여행지로 선택했었습니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상상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왕 낯선 곳에 몸을 던지는 거 저를 압도하는 경험(위험한 것이 아닌) 혹은 풍경에 사로잡히고 싶은 그런 열망이 있었거든요.



어떤 면에서 여행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에게 랑카위의 끝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애틋함을 느낀 경험. 이들에게 내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던 순간들. 


랑카위를 첫 말레이시아로 선택한 건, 지금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페낭


뜨거운 날씨와 따뜻한 마음이 남은, 페낭입니다.

머리에 태양을 얹은 듯한 따가운 햇살을 견뎌가며 조지타운을 몇 시간이고 걷다가 물집과 태닝이라는 훈장을 달게 된 곳이기도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마 똑같이 그곳을 걸을 것입니다.


페낭은 걷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낭만으로 가득한 도시거든요.



조지타운의 어느 벽화 앞에 앉아 동생과의 추억을 생각했던 기억.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체취에 발이 묶여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 했던 그 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페낭을 물들이는 하나의 색감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여운을 오랫동안 떨치지 못 하게 한 도시였습니다.





#3.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입니다.

이곳에서 의외의 말레이시아를 상당히 자주 접했는데, 여기에는 (입도 짧고 거르는 것도 다양한 저의) 음식 예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대부분 체험하는 반딧불 투어나 호핑 투어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스러져가는 게스트하우스만 전전하다가 4성급 호텔에서 묵어보는 나름 호화로운 경험도 해봤고요.


그런데 참 이상한 건, 여행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로움을 느꼈던 곳도 바로 이곳. 쿠알라룸푸르였습니다.





#4. 말라카(믈라카)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여행지, 말라카입니다.

이번 여행의 방점이 페낭이었다면, 곱게 찍은 마침표는 말라카였던 것 같아요. 고민하며 쓴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의 후련함과 아쉬움, 혹은 미련 같은 것이 제 몸 어딘가에 선명히 남아있음을 느끼거든요.


마침 방문했던 그날이 존커 스트리트 야시장이 열린 날이라 밤늦은 시간까지 걸어 다니며 도시의 생기를 한껏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말라카는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을 만큼 고풍스럽고 예쁜 곳입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연이어 여행했지만, 저에게 두 나라의 느낌은 흑과 백처럼 확연하게 다릅니다.

심지어 여행하며 듣던 노래까지 다르고요. 사실 여행하면서도 언젠가 다시 오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나마 확신하며 생각했던 곳은 말레이시아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나라에 기분 좋은 그리움을 안고 있습니다.


이제 그때를 다시 여행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여행기로 풀어 보려고 합니다. 이것 또한 꽤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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