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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Feb 26. 2017

충만한 색감, 싱가포르 여행

여자 혼자 싱가포르 여행 이야기

#1. 4박 5일간의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여행은 제대로 된 준비 하나 없이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도시국가인데다가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는 어찌나 정리가 잘 되어있던지 길을 잃어도 하등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해가 저무는 시간만을 기다리게 하는, 그야말로 여행을 위한 최적화된 장소였습니다.



#2.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 조용히 스며들어 관찰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호커 센터에 발길이 닿으면 현지인들의 줄이 가장 긴 스톨 앞에 나란히 줄을 서서 음식을 먹어보고 그들의 반응도 지켜보고. 여기 사람들은 이런 맛을 좋아하는구나, 감각으로나마 체감을 해보면서 온전히 섞여들 수 없는 여행자의 신분으로 현지인의 삶을 경험했습니다.



#3. 역시 사람들이 일부러라도 찾아가는 장소에는 그만한 이유가 깃들어 있는 법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가운데 하나는, 생면부지의 전 세계 여행자들과 한 장소에 나란히 누워서 싱가포르의 야경을 만끽했던 순간이었으니까요. 가든 랩소디가 끝난 후 모두가 감동하여 박수를 치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4. 역과 역 사이, 장소와 장소 사이를 끝없이 걸었습니다.

마치 걸어낸 이 길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욕심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다채로운 숍 하우스 스타일의 건축물을 구경하면서 주로 한낮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가 좋다, 싶은 장소를 찾으면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그곳에 자리를 잡아 멍하니 시간을 때우기도 했고요.

마치 연필을 떼지 않은 채 종이 위에 점을 꾹 찍고 있는 그런 느낌처럼요.



#5. 싱가포르에서의 첫 째날 밤.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한껏 감동을 한 후 과연 이곳은 여행자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당히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독 서양인 백패커들을 자주 마주쳤는데 이 도시의 어떤 면이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단 하룻밤을 지내보니 알겠더라고요. 여행자가 바라는 것을 알고 기꺼이 낭만 한 움큼을 건네줄 수 있는 도시, 그곳이 바로 싱가포르였습니다.



#6. 뜨거운 햇살을 꾸역꾸역 삼켜가며 매일같이 해가 저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나둘씩 켜지는 조명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그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듯한 묘한 쾌감을 느꼈거든요.

밤에 보아도 아름다운 것은 낮에 보아도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낮을 밤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민낯과 풀 메이크업의 특징적인 차이 같았다고 할까요.



#7. 아직도 싱가포르라는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여행기로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여독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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