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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Mar 13. 2017

싱가포르행 대한항공 밤 비행기 탑승기

여자혼자 싱가포르 여행기

이번 싱가포르 여행은 대한항공 직항선을 이용했다.

오후 2시, 6시, 11시대 출발시간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밤 11시 15분에 출발하여 다음날 현지시간 새벽 5시 창이공항에 도착하는 심야 비행. 물론 이것도 터질 것 같은 욕심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여행 첫날 아침부터 빈틈없이 꽉꽉 채워 돌아다니고 싶었던 무리한 상상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선택.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대한항공이니까 서비스도 좋았고 비교적 편안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긴 했지만.

이젠 출발할 때만큼은 웬만하면 심야 비행은 피하고 싶다. 정말 웬만하면.



밤 9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나처럼 어딘가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여행 성수기가 아님에도 한낮의 풍경만큼이나 북적이는 공항. 그래도 이게 낫다. 어쩐지 텅 빈 듯한 공항보다는 차라리 시끌시끌한 곳에서 출발하는 편이 좋다. 늘 떠나기에 앞서 드는 불안한 마음을 타인과 조금이라도 나눠질 수 있으니까.



자동출입국심사로 간편하게 심사대를 벗어났는데 다행히도 출국 게이트가 바로 정면 코앞에 있었다.

딱히 면세점에서 보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게이트 앞으로 직행했다.



밤 10시 40분.

다행히 지연 없이 탑승을 시작했다. 그 늦은 시간에도 빈 좌석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다.


미리 좌석 예약을 해둔 덕분에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무리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10시간 이하 비행에서는 그래도 난 창가 자리가 좋다. 적어도 옆으로 기대서 잘 수나 있으니까.



마침 출발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한참 겨울로 향하는 한국을 뒤로하고 계절을 거슬러 여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출발하면서 슬리퍼를 나눠줬는데 난 여기서 사용하지 않고 챙겨두었다가 싱가포르 게스트하우스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이 슬리퍼를 이용했다. 그 대신에 계속 신고 있던 운동화로 인해 발이 퉁퉁 부어버리는 불편함은 감수해야만 했다.


이륙하고 안정권에 접어들자마자 맥주와 땅콩을 주문했다. 맥주는 카스와 맥스, 드라이 피니시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드라이 피니시지. 오른쪽의 빨간색 땅콩은 대한항공을 탈 때마다 받았던 주전부리다. 이제는 꼭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생각나게 된 맛깔나는 안주이기도 하다.


심야 비행기에서 기내식은 언제 줄까, 했더니 밤 12시 반 정도에 나눠주더라. 비빔밥과 닭고기 밥? 종류가 있었는데 난 당연히 비빔밥으로 주문. 푸짐한 한 상 이후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까지 나눠주었다.


지금까지 의자에 붙어있는 스크린으로는 어디쯤 왔나 확인할 수 있는 지도만 본 게 전부였었는데, 내 앞과 옆에 앉은 아이가 번갈아서 빼애액 울어대는 바람에 잠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최신 영화에 올라와 있던 언더워터를 틀었다. 뭔가 이 모든 스트레스를 눌러줄 수 있는 공포와 긴장감을 원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 새벽에 신명 나게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몸매만 감상한 꼴이 되었다. / 불안한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나의 오랜 추억, 시트콤 '프렌즈'.


한 여섯 번 정도 심장이 내려앉는 난기류를 통과하고 급기야 번개까지 뚫더니 마침내 상공에서 싱가포르가 보였다. 현지 시간 새벽 5시 40분쯤 무사히 착륙. 시작부터 어딘가 힘든 여행이다. 아마 잠을 잤어야 했는데 못 자게 한 다양한 요소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음엔 차라리 새벽같이 일찍 출발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


그렇게 5분도 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싱가포르 첫 째날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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