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행 대한항공 밤 비행기 탑승기

여자혼자 싱가포르 여행기

by 이마루

이번 싱가포르 여행은 대한항공 직항선을 이용했다.

오후 2시, 6시, 11시대 출발시간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밤 11시 15분에 출발하여 다음날 현지시간 새벽 5시 창이공항에 도착하는 심야 비행. 물론 이것도 터질 것 같은 욕심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여행 첫날 아침부터 빈틈없이 꽉꽉 채워 돌아다니고 싶었던 무리한 상상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선택.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대한항공이니까 서비스도 좋았고 비교적 편안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긴 했지만.

이젠 출발할 때만큼은 웬만하면 심야 비행은 피하고 싶다. 정말 웬만하면.


SAM_6371.jpg
SAM_6372.jpg


밤 9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나처럼 어딘가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여행 성수기가 아님에도 한낮의 풍경만큼이나 북적이는 공항. 그래도 이게 낫다. 어쩐지 텅 빈 듯한 공항보다는 차라리 시끌시끌한 곳에서 출발하는 편이 좋다. 늘 떠나기에 앞서 드는 불안한 마음을 타인과 조금이라도 나눠질 수 있으니까.



자동출입국심사로 간편하게 심사대를 벗어났는데 다행히도 출국 게이트가 바로 정면 코앞에 있었다.

딱히 면세점에서 보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게이트 앞으로 직행했다.


SAM_6376.jpg
SAM_6380.jpg


밤 10시 40분.

다행히 지연 없이 탑승을 시작했다. 그 늦은 시간에도 빈 좌석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다.


미리 좌석 예약을 해둔 덕분에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무리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10시간 이하 비행에서는 그래도 난 창가 자리가 좋다. 적어도 옆으로 기대서 잘 수나 있으니까.


SAM_6381.jpg
SAM_6383.jpg


마침 출발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한참 겨울로 향하는 한국을 뒤로하고 계절을 거슬러 여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SAM_6384.jpg
SAM_6385.jpg

출발하면서 슬리퍼를 나눠줬는데 난 여기서 사용하지 않고 챙겨두었다가 싱가포르 게스트하우스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이 슬리퍼를 이용했다. 그 대신에 계속 신고 있던 운동화로 인해 발이 퉁퉁 부어버리는 불편함은 감수해야만 했다.


SAM_6389.jpg
SAM_6388.jpg

이륙하고 안정권에 접어들자마자 맥주와 땅콩을 주문했다. 맥주는 카스와 맥스, 드라이 피니시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드라이 피니시지. 오른쪽의 빨간색 땅콩은 대한항공을 탈 때마다 받았던 주전부리다. 이제는 꼭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생각나게 된 맛깔나는 안주이기도 하다.


SAM_6393.jpg
SAM_6394.jpg

심야 비행기에서 기내식은 언제 줄까, 했더니 밤 12시 반 정도에 나눠주더라. 비빔밥과 닭고기 밥? 종류가 있었는데 난 당연히 비빔밥으로 주문. 푸짐한 한 상 이후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까지 나눠주었다.


SAM_6390.jpg
SAM_6395.jpg

지금까지 의자에 붙어있는 스크린으로는 어디쯤 왔나 확인할 수 있는 지도만 본 게 전부였었는데, 내 앞과 옆에 앉은 아이가 번갈아서 빼애액 울어대는 바람에 잠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최신 영화에 올라와 있던 언더워터를 틀었다. 뭔가 이 모든 스트레스를 눌러줄 수 있는 공포와 긴장감을 원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 새벽에 신명 나게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몸매만 감상한 꼴이 되었다. / 불안한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나의 오랜 추억, 시트콤 '프렌즈'.


SAM_6398.jpg
SAM_6400.jpg

한 여섯 번 정도 심장이 내려앉는 난기류를 통과하고 급기야 번개까지 뚫더니 마침내 상공에서 싱가포르가 보였다. 현지 시간 새벽 5시 40분쯤 무사히 착륙. 시작부터 어딘가 힘든 여행이다. 아마 잠을 잤어야 했는데 못 자게 한 다양한 요소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음엔 차라리 새벽같이 일찍 출발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


그렇게 5분도 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싱가포르 첫 째날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충만한 색감, 싱가포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