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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얕은 지식0에 대하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

  

나의 입장 


리뷰에 앞서, 이 책에 대한 나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에 대해서 그다지 우호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방법'에서 밝힌 포부에 있다. 


'한국인이라는 특수한 사상적 지평을 넘어 당신을 인류 보편의 지혜로 도약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서 이 책보다 더 쉬운 책은, 단언컨대 없다.' 


적어도 내게는 작가의 의도가 먹히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이상한 것인가? 한국인답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눈 5명은 모두 나처럼 이 책을 읽기 힘들어 했다. 표본이 적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작품은 그다지 쉽게 쓰여진 것 같지는 않았다. 포부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주제 선정 그리고 서술 방식에 대한 비판


'1권은 소수의 지배자와 다수의 피지배자로 세계를 양분해서 이들의 계급갈등이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2권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세계를 구분하고 이러한 진리에 대한 관점이 철학, 과학, 종교, 예술의 분야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확인했다.' 


'세 번째 시리즈인 이 책 <제로> 편은 모든 시리즈에 앞선 시대를 다룬다.' 


하지만 1장 '우주: 세계의 탄생'과 2장 '인류: 인간과 문명' 에서는 현대의 다양한 우주론과 이론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이론들에서 철학적인 메시지를 끌어내었다. 이 내용을 보면, 현대의 관점까지 책에 담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인간 지성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루는 것이 된다. 


1권과 2권은 비교적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 내용들이다. 주제가 친숙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작가가 적당히 요약을 하면 독자가 이미 가진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이해를 한다. 하지만 이번작품은 다르다. 


큰 챕터를 나열하면 이렇다. 우주, 인류,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 들어본 적은 있어도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너무 낯선 주제다.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나 지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생소한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설명이 길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주장에 대한 근거도 탄탄해야 하며, 의문이 생길 것 같은 점, 상식과 다른 점, 상세한 설명이나 비유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루는 주제에 비해 텍스트가 너무 적다. '철학'이라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100페이지도 할당되지 않았다. 반면 그 안에 소개된 내용은 너무 방대하다. 


'넓고 얕은 지식' 보다는 '넓고 깊은 지식' 같다.

'지식' 보다는 '지나친 요약' 같다.   


다루는 주제가 너무 방대하고, 지면은 부족하다. 따라서 '지나친 요약'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제풀이 위주의 수험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책의 특징은 정답과 큰 관련이 있는 내용만 콕콕 집어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론이나 공식에 대한 맥락이나 추론은 없다. 결과만 나열되어 있고, 결과들로 나름의 이야기를 엮지만 그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한국인에게 너무 익숙한 방식이다. 결과만 암기해서 문제를 풀고, 시험공부가 끝나면 머리에서 사라진다. 시험공부의 내용을 응용해서 일상에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흥행의 이유 


나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한다. 하나는 전작의 성공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지대넓얕' 시리즈는 서점에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책이었다. 이 시리즈는 우리에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지식을 쉽게 설명했다. 작가 활동 이전에도 팟캐스트로도 좋은 활동을 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은 '채사장 작품'에 대한 '유용하다' 기능적인 믿음을 갖게 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팬덤 형성에 있다. 채사장은 작품 활동 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과 유튜브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기존 팬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활동이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노출시키는 활동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소통은 작가와 팬 사이의 감정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채사장은 감정적으로도 팬을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되었다.     


'유용하다'는 기능적인 믿음


작품 외 활동으로 팬덤 형성




다른 사람들의 생각 


1,2장에 대해서 -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음 


JY - 유명한 사람이 이런 책을 쓰면 사람들이 어쨌든 읽는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접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KH -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한 작가의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 각 사상을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다. 


JY - 다양한 종교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독교를 믿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나의 것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MS(중국어 선생님) - 수업 시간에 공자의 글을 다룰 때가 있다. 이제는 해석을 하는 것을 넘어서 해줄 얘기가 생겨서 좋았다. 


KE - 불교에서 말하는 '사성제', '팔정도', '오온' 등이 인상깊었다. '고정된 자아란 없다'라는 기존의 생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집착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 시간 반 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경험과 흥미를 토대로 책을 이해했다. 종교, 중국사상, 불교, 기존의 생각과 같거나 다른 점 등. 따라서 질문은 다양했지만 대답은 본인의 흥미에 한정되었다.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벅찬 듯했다. 위에 했던 나의 생각들을 토대로 나는 다른 사람들도 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물론 책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좋은 리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면을 더 찾아서 서술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편협한 글은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편협함을 인정하더라도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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