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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내 생각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왕자』를 읽고



브런치를 즐기는 독자라면 『어린 왕자』에 대한 줄거리는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즐기지 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아도 『어린 왕자』에 대해선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엔 작품을 소개하기보단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을 늘어놓기로 하였다. 부디 나의 생각이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 독서 모임의 JY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좋은 책이 많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특히 좋은 것은 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

 - 객관적인 인정 vs 주관적인 만족 


작품의 주요 갈등은 어린 왕자와 꽃 한 송이 사이에서 벌어진다. 어린 왕자는 꽃을 견디지 못해 자기 별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별안간 깨달음을 얻고 꽃에 대한 태도가 바뀌게 된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장미정원을 두 차례 방문하는 장면이다. 


어린 왕자가 처음 장미정원을 방문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정원 단 하나에 똑같은 꽃이 5000송이나 피어 있다니!' 


어린 왕자는 자기가 부자가 아닌 것에 상심하고,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다시 장미 정원을 방문했을 땐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공허해 … 물론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내 장미도 너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그 꽃 하나가 너희 모두보다 더 중요해. 내가 물을 준 건 그녀니까. 내가 애벌레를 잡아준 건 그녀니까… 내 장미니까."   


두 차례 장미정원 방문에서 어린 왕자의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도대체 어린 왕자가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렇게 달라졌을까? 



왕, 사업가 등 (어른들)

어린 왕자는 아이의 눈으로 어른들을 관찰했다. 어른들은 자기의 존재를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가치를 강박적으로 추구한다. 어른들은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어린 왕자는 생각이 달랐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중요해 보이는 것'을 추구한다. 


어른들은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추구한다.  



여우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여우를 만났다. '길들이는 것' 다시 말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배웠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이고 감정을 느끼면서 여우에게 가르침을 얻었다.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의 말이었다. 


아이(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를 배웠다. 


아이는 주관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이러한 경험을 겪은 어린 왕자는 깨달음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길들이는 것', 관계 맺음에 있었다. 따라서 과거에 깊은 관계를 맺은 꽃 한 송이가 낯선 5000송이의 장미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른의 태도를 부정하고 아이의 태도를 긍정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객관적인 인정(5000송이)보다는 주관적인 만족(나의 한 송이)을 선호하는 듯하다.   




작가의 사상(주관적인 만족)

vs 작품의 흥행(객관적인 인정)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객관적인 인정을 부정하고 주관적인 만족을 강하게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크게 흥행을 했고, 이는 객관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 된다. 주관적인 태도를 고수했지만 객관적인 인정을 얻었다. 오잉? 


작가의 주관이 어떻게 객관적인 인정으로 연결되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보편적 주관'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다. 


보편적 주관 - 객관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혹은 비슷한 문화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갖는 보편적인 기호나 주관. 


내가 만든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사는 동네에 잘나가는 피시방이 있다. 그 피시방엔 예쁜 알바가 두세 명씩 있고, 오고 나갈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해준다. 자리도 직접 찾아주고, 음료수도 가져다 준다. 그 피시방은 가격이 비싸지만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알바가 예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왜 굳이 거기를 가?'하고 묻는다면 "깔끔해서…"라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드러내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기호나 주관, 이런 것들을 보편적 주관으로 생각하자. 


나는 작가의 글에서 보편적 주관이 강하게 자극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어른이기에 우선 비싼 것, 예쁜 것, 많은 것, 그럴듯한 것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반대되는 생각도 들었다. 하찮더라도 나와 관계가 있거나 사연이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름한 책, 다 쓴 노트, 허름한 옷… 가족은 어서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러한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하는 내가 밉기까지 했다. 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이것들이 내게 가치가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처럼 보편적 주관은 우리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가 보편적 주관을 보여주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맞아! 사실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는 어른과 아이를 대비하여 객관과 보편적 주관을 구분하였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른인 부분과 아이인 부분을 명확하게 보도록 한 것이다. 또한 작가가 사용한 소재 역시 우리들을 감동시켰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 특히 사랑. 아이와 꽃의 사랑 이야기라니, 소재만으로도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가슴 어느 부분이 아련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보편적 주관'을 강하게 어필한 작가의 실력이 『어린 왕자』 흥행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앞에서 보인 JY가 했던 질문 '특히 좋은 것은 왜?'에 대한 나름의 답변도 된다고 생각한다.   




독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 


JS - 주정뱅이 이야기 (술을 마신다 - 잊기 위해서 - 부끄러우니까 - 술을 마시는 게!)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내게는 이런 면이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무수히 많은 악순환의 굴레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반성했다. 


MS - (Q.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어떤 의미 부여 과정이 있었나?) 열심히 공부했던 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책에서 추억, 노력, 정성과 시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Q.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름의 의식이 있나?) 주말에 화장을 하는 것. 이는 외출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평소와 다른 날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JY - 부자 별이 인상 깊었다. '많이 가지려고 한다. 경험보다는 소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돈으로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돈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혹은 맹목적으로 부를 추구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떠올랐다. '왜 벌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KH - 부자 별과 관련해서. '먼저 생각했으니까 내 거!' 이런 방식의 사고는 역사의 어느 부분을 비판하려는 것 같았다. / 소설이 쓰인 시기는 세계적인 격동의 시기였다. 다양한 문명이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갈등을 겪었다. 다른 사상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을 것. 이러한 맥락에서 어린 왕자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공감된 듯. 


KE - 어렸을 땐 이해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삶과 인간 관계에 대한 경험이 생기니 공감이 되었다. / 어린이의 입장에서 관찰한 어른들의 이상한 모습에 공감한다. 하지만 왜 이상한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 시대를 초월한 묘사 (사막, 자연과의 대화 등) 때문에 고전이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짧게 쓰려고 했으나, 실력이 모자라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감사 감사 압도적 감사! 


『어린 왕자』는 짧은 책입니다. 시간이 난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여러분의 독서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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