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은 피아제의 구분에 따르면 형식적 조작기에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때입니다. 논리적인 의견 전개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주장하는 글이나 논설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신생활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도덕의식이나 책임감이 높아져서 개인감정을 억누를 줄도 알게 됩니다. 어른의 권위를 인정하기 시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 존경의식을 갖기도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높아져서 자신의 관심분야에 깊이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또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나 설명을 곁들여서 해주는 답변을 좋아합니다.
자기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에 남을 조롱하거나 빈정거리는 일을 즐기기도 합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싹트면서 상대에 대한 관심을 정반대의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남자 어린이들은 여자 어린이들보다 힘이 센 것에 대해서 우쭐해하며 여자들을 무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그런 남자아이들을 난폭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제1의 사춘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음이 담긴 칭찬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게 됩니다. 칭찬을 위한 칭찬에 이제는 속지 않습니다.
6학년은 지적 능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습니다. 주관을 떠나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모아 각 자료들의 상호관계에서 필연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결론으로 삼을 줄 압니다. 귀납추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이치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도 꼬치꼬치 묻고 따지고 싶어 합니다. 어른의 권위는 인정합니다.
기억력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시기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힘으로든 다른 것으로든 무리한 상대에게는 대들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규범이나 규칙에 흥미를 느끼면 놀이를 하면서도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자기에게 시킨 일을 동생에게 다시 시키는 일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립심이 많이 생겼으므로 친구들과 어울려 쇼핑을 가거나 놀이 공원 같은 곳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공부 방식이 거의 정해졌고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신문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관심을 끄는 사회적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5, 6학년 아이들은 아래 학년 아이들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보는 눈이나 생각도 훨씬 넓고 깊어집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더욱 선명해집니다. 현실 사회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자기 나름의 이해도 생기고 비판의 눈, 자기주장을 내세울 수 있지요. 글감의 범위도 넓어져서 우리 집, 우리 식구, 내 동무, 우리 학교에서 좀 벗어나 사회적인 일에 눈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마음 문을 열기가 어려워지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싫어할 것 같은 글은 쓰지 않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말이나 어디서 들은 멋진 표현으로 글에다가 멋을 부려 보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사물을 보는 아이들의 눈을 밝혀 주고 의식을 일깨워 주는 지도가 더욱 절실한 시기입니다.
① 또렷한 자기 생각을 드러낸다.
진정한 환경보호
김겨레( 5학년)
지난 수요일 보이 스카우트에서 환경보호 한답시구 시 전체 스카우트들이 ○○초등학교로 다 모였다. 그때도 생각했듯이 그것은 환경보호가 아니었다. 무려 두 시간 동안 그 지겨운 연설을 듣고 있자니 내가 진정한 환경보호를 하러왔는지 의심이 갔다.
무슨 무슨 자모회 위원장이니 회장이라는 분들이 차례로 구령대로 올라가서 연설을 했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이 살 수 없습니다. 어쩌구 저쩌구”하는데 다 똑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 나 말고 다른 스카우트 대원들도 어른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은 누구누구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하고 사회자가 또 다음 연설하는 사람 소개를 할 때는 우리 5학년들과 6학년 형들 모두 “○○새끼 죽여버려” 이런 심한 욕들을 해댔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그늘 아래서 편히 쉬면서, 우리들은 뙤약볕 아래서 땀을 찔찔 흘리며 서 있었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뻔뻔스럽게 사이다, 사과, 빵을 먹어가며 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쓰레기는 우리가 줍는 건데 그런 걸 줄라면 우리한테 주지 뭐하러 선생님들이 먹는지 모르겠다.
연설이 끝난 다음에는 보이스카웃 총보장, 걸스카웃트 총보장이 차례로 구호를 외쳤다.“우리는 자연을 사랑한다.”고 외치면 아래에 있는 우리 대원들도 끝에 “사랑한다.”만 따라서 외쳤다. 이번에도 형들과 우리 5학년들은 “아이 저 ** 뭐야?” 하면서 욕설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안양천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는데, 연설이 끝나니까 선생님들이 각자 학교로 돌아가라고 했다. 내가 이 연설을 들으러 여기까지 왔나 싶어서 허탈했다. 내 생각에는 정말 깨끗한 자연과 환경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쓸데없이 긴 연설보다는 그 긴 시간 동안 쓰레기 하나라도 더 줍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2000.4.25)
어른들의 고개를 푹 떨구게 하는 글입니다.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긴 연설보다 그 긴 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는 게 옳다.’고 자기주장을 또렷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있다는 말이 정말 맞는구나 싶습니다.
② 자기 삶은 담지 않고, 관념으로 글을 쓰게 된다.
김홍도 특별전을 다녀와서
6학년 남
동생과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홍도 특별전에 갔다.
처음 국립 중앙 박물관의 문 위에는 커다란 규장각도가 있었다.
드디어 도착, 김홍도 전시회를 관람하게 되었다. 김홍도는 역시 특별전을 열 만큼 대단했다. 김홍도의 그림은 진짜 사람이 그렸나? 하는 의문도 생길 정도로 잘 그렸다. 또 풍경화는 사진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흡사했다.
난 김홍도의 예술성을 배워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쓰기 형태입니다. 자기가 겪은 일이면서도 또렷하게 무엇을 그려 보여 주지 못하고 머릿속의 생각으로만 써 놓은 것이지요. 관심 있게 대상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글을 쓸 수가 없겠지요. 글을 자꾸 이렇게만 쓰면 글 쓰는 힘이 붙지 않습니다. 또 어디 어디를 다녀와서 하는 주제로 쓰는 글이 이런 형태가 되기가 쉽습니다. 너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우르르 보고 지나쳐 왔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도록 지도하면 좋겠습니다.
③ 쓸데없는 멋 부리기나 대충 건성건성 쓰는 일이 많다.
잊지 못할 봉사활동
이은경( 상수 초등 5)
가을인데도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집게를 들고 학교를 돌며, 휴지와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 시간이다. 우리 학교는 아침 자습 시간마다 일주일 기간을 두어 반끼리 돌아가며 학교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다. 이러한 일을 우리 반 친구들은 '봉사활동'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야말로 학교를 위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오고야 말았다.
오늘 봉사활동은 첫 시작이 참 좋았다. 깨지지 않은 맥주병을 연못에서 6개나 주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쓰레기를 누가 더 많이 주웠는가?'로 사탕을 상품으로 걸고 시작한 봉사활동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느 상대보다도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하여 우승을 할 가능성이 많은 기회였다.
연못에 가라앉지 않은 맥주병을 벽과 벽 사이에 몸을 걸쳐 줍는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성공하자 나는 자신만만해져 다리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구 연못에 빠진 쓰레기를 주워댔다. 정말이지 쓰레기 하나하나를 주울 때마다 신이 났다. 그러나 결국 난 까불다가 한 순간에 다리 한쪽이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아래 줄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라는 말이 우선 너무 어른들이 쓰는 상투적인 말입니다. 게다가 글 전반으로 문장을 너무 많이 꾸며 쓰고 있어 오히려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밑줄 친 부분 같은 데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일을 겪었다.’ 하고 써도 좋을 것인데 자꾸자꾸 말을 만들고 꾸며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에 보면 이렇게 문장에 멋을 부리려 드는 경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쓰도록 하자."는 식으로 일러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