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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령 Jun 05. 2021

'인생 한 방'이 어디 있나?




한 사람의 인격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행동이 조금도 이기적이지 않고 더없이 고결한 마음에서 나왔으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그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물을 만난 것이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중에서




나는 뜨개질을 한다거나 콩을 고른다거나 하는 것 같은 반복적이고 섬세한 일을 잘 하지 못한다. 특히 진행속도가 늦은 일을 하려면 멀미가 나는 것 같아 여학교 시절 수예나 뜨개질이 있는 가사 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그것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치기이며 농부다. 황무지인 마을에 수 십 년 동안 나무를 심어 마을을 생명이 사는 곳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밥 먹고 나무만 심은 것은 아니다. 양도 치고 양들이 풀을 뜯는 그 사이사이에 나무를 심었다. 그것을 꾸준히 오래 했지. ‘나’가 부피에를 만난 날 저녁에 부피에는 자루를 가지고 오더니 도토리를 쏟아 놓고는 그 도토리를 하나씩 하나 골라냈다. 그것을 물에 불려가지고는 황무지로 바닥에 구멍을 내서 도토리를 심곤 했다. 도토리를 고르는 일은 답답하고 진행속도가 더딘 작업이다. 



게다가 10만 그루를 심으면 최종적으로는 약 만 그루 정도 성장한다고. 이 가성비 낮은 일을 양치기는 꾸준히 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나무와 지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어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무 전문가가 되었다. 전문가가 누구인가? 어떤 일을 오래 한 사람이 전문가다.


이론적인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실상은 시계 수리 30년, 가방 수선 30년, 세차 30년, 이런 사람들이 전문가다. 새롭고 기발한 것도 꾸준함 속에서 나온다. 인생 한방이 어디 있겠나?



이가령(우리글진흥원 교육원장 교수)

                                                 강의 문의:010-2268-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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