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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령 Aug 24. 2020

따뜻하고 즐거운 그림책 수업

      

1. 그림책은 다양한 세계와 만나는 즐거운 통로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그림 그 자체가 내용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마쯔이 다다시 같은 분은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 있는 책’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때로는 그림만으로도 멋지게 이야기를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 그림책은 메시지가 훌륭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그림이 훌륭한 것입니다.

  이런 조사가 있었습니다. 같은 화가가 그린 아이 그림과 노파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더 좋은가? 하고 물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 그림에 동그라미를 치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루벤스라는 화가가 자기 아들과 어머니를 그린 그림들이었습니다. 밝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림 취향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이 결과에 대해 런던 대학의 곰브리치( Ernst Hans Josef Goombrich) 교수는 이 두 그림이 다 훌륭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림’으로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다 훌륭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내가 익숙한 것을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도 권하게 되고 아이들도 그것을 좋아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얼핏 보고 귀엽게 느껴지는 그림이나 눈을 끄는 색채에 더 마음에 끌리는 듯합니다. 사실 이런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게 만드는 일이 많아요. 하지만 귀엽다는 것은 어른의 감정이지 아이들은 자기가 귀여운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기를 귀엽다고 한다면 어른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과 자연을 꿰뚫는 눈으로 진실을 표현한 그림책은 오히려 이 귀여운 이미지와 멀리 있기 쉽지요.

  그림책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생각들을 그림을 매개로 해서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귀여운 것도 있고 무시무시한 것도 있고 즐거움도 슬픔도, 질감이나 촉감도 있고 어떤 분위기 심지어는 의미화할 수 없는 조형 그 자체의 아름다움까지 모두 녹아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사랑받는 작가 하야시 아끼꼬의 《이슬이의 첫 심부름》은 현실 생활에서 실제로 있음 직한 이야기를 사실적인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안의 아이가 곧바로 내 아이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 아이 모두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토미 웅거러의 《제랄다와 거인》을 보면 거인이 피 묻은 식칼을 들고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장면이 나오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치려 하지요. 이런 책들은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무척 재미있어합니다. 그저 이야기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처럼 책 속의 이야기를 실제 현상과 연상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정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며 어떤 현상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압니다.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어두운 것도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입니다.

  《지각대장 존》은 억압 기제에 대한 반항의 메시지를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언어적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복잡합니다. 그것을 전하는 아이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이 책의 그림에서 살아납니다. 이 책의 그림은 마치 그리다 만 듯합니다. 하지만 그림으로서의 분위기나 정서는 대단히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요. 권윤덕의《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를 보면 이 책은 바지나 점퍼 하나하나가 살아 있습니다. 옷마다 느낌이 있고 아이들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라면 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필요한 부분 부분 꼼꼼하게 옷감의 재질까지도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 놓은 것입니다.

  꼼꼼하게 그린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우리 순이 어디 가니?》를 보면 봄의 아련한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눈앞에 펼쳐집니다. 작가의 꼼꼼하고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섬세한 터치로 봄날의 색감뿐만이 한가로움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농촌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련한 분위기를 맛보게 하기도 하고많은 지식과 정보를 함께 담아 보여줍니다. 《노란 우산》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이 책에는 우산만 나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노랑 우산이 파란 우산 만나고, 돌다리도 지나고 계단도 내려가면서 우산이 늘어나고 화면의 색이 변화해 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책은 분위기를 즐기는 책이지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감상에 방해가 되는 책입니다. 우산이 나타나니 분명 비 오는 날인데 빗줄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 오는 날이 아니구나 하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빗줄기를 그리지 않고도 비가 오는 날의 습한 느낌과 색감을 연구한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 역시 정밀한 취재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그림을 그렸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조형으로만 구실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말로 나타내지 않은 기분, 정서, 리듬 같은 추상적인 여러 가지를 오히려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루이스 브라운의《씨앗은 어디로 갔을까?》도 그림으로 촉감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씨앗 하나가 해바라기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을 다 보여주는데 쓰인 단어는 채 50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생명의 탄생이며 성장이라는 대자연의 신비를 훌륭하게 담아냈습니다. 해바라기씨를 심는 그림을 보면 씨앗을 파종할 때 땅의 축축한 느낌이 짙은 흙색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손에 진득한 흙이 묻어 나올 것 같습니다.     

성경 창세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제인 레이의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를 보면 현대의 놀라운 오프셋 인쇄기술을 즐기기라도 하듯 화려하고 다양한 색의 잔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색만 해도 금빛이 감도는 녹색, 짙푸른 녹색, 연두에 가까운 녹색... 다양한 녹색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책을 보면 색을 잘 쓴다는 것이 울긋불긋 원색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중간색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반면에 그림책의 그림은 반드시 색채가 다양해야 할 이유도, 예쁘고 화사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지요. 흑백의 그림도 그 그림이 이야기의 내용과 일치할 때 아이들은 충분히 받아들이거든요. 삽화 색채나 스타일은 그것이 얼마나 화려한가 혹은 얼마나 꼼꼼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야기의 내용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거즈 윌리엄즈의 《하얀 토끼와 검은 토끼》라는 그림책에는 노란 민들레 외에는 검은색과 엷은 하늘색, 노란색 정도의 색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숲 속의 하얀 토끼와 검은 토끼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분위기가 그런 색으로 나타내기에 더욱 적합한 것이었겠지요. 만약 여기에 울긋불긋 채색된 빨간 꽃이나 초록색 나무를 잔뜩 그렸다면 이야기의 조용한 분위기도, 독자를 끌어넣는 효과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리 홀 예츠의 《숲 속》이라는 그림책이 있는데 이것은 흑백 그림입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빨려 들어가듯이 읽어요. 그런 것을 보면 어린이의 마음속 세계를 그려내는 데에는 흑백이 정말 효과적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내용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어두운 톤의 그림이라도 아이들은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요. 단색으로 된 그림책이라도 그림과 내용이 흥미롭다면 충분히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흑백, 혹은 제한된 색채로 오히려 이야기를 잘 살려 낸 책들도 아주 많아요. 때로는 억제된 색상, 억제된 표현이 더 이야기를 살려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코를 킁킁》이나 윈더가그의 《백만 마리 고양이》, 맥클로스키의 《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주세요》같은 책은 흑백 그림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대개의 어른들이 어린이들은 밝은 색채만을 좋아한다든가 귀엽고 예쁜 그림을 좋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글과 그림을 통해 받아들이는 이야기 자체를 즐깁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그림은 흑백 그림이든 채색한 그림이든,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든 약화시킨 그림이든 스타일에 관계없이 받아들입니다.

  정승각 선생님의 《강아지똥》은 원작 ‘강아지똥’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원작도 우리 아동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림책 《강아지똥》이 좋은 책이라는 평을 받는 것은 원작이 좋은 책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다시 해석해서 다시 그린 ‘그림책으로서’ 평가받은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림 언어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시 말해 훌륭한 이야기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그림으로 해석해 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렇듯 그림책은 다양함을 수단으로 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함 그 자체가 목적인 책입니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세계와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익숙한 것이 아니라는 잣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몰라서 권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2. 독서의 세 단계     



  타고난 독서가였던 프랑스의 토도로프는 책 읽기의 과정을 ‘투사적 독서, 해설적 독서, 시학적 독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독서를 하다 보면 ‘텍스트와 대화’ 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 대화의 깊이와 넓이는 읽는 주체가 성숙함에 따라서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독자의 수준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형성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독자 안에서도 그가 성장하며 변화하는 지적 성숙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납니다. 토도로프는 이러한 ‘대화’의 양과 질을 전제로, 책 읽기의 과정을 제시합니다.     

  독서의 첫 단계인 투사(投射) 적 독서는 독자의 개인 경험, 인생관, 같은 것이 텍스트의 내용에 전이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식으로 읽는 독서로 오독을 부르기 쉽습니다. 대상 텍스트에 자신의 개별적 텍스트를 이입시키는 과정입니다. 만약 초등학교 시절에 《어린 왕자》를 읽는다면 그저 재미있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여우와 친구를 하는 어린 왕자가 신기하기도 할 것입니다. 바오 밥 나무가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것이 투사적 과정입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읽는다면 그저 환상적이기만 하던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장미를 사랑하면서도 권태를 이기지 못해 다른 별로 떠나왔지만 끝내 장미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면서 자기 별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의 성장통을 읽어 내기도 합니다. 이것이 해설적 독서 과정입니다. 해설적 독서는 책 속에서 공인된 의미를 읽어내는 독서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교사에게 질문을 할 때는 주로 이 ‘공인된 의미’를 검증받고 싶어서입니다. 초중등 학교에서는 해설적 독서 위주로 문식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시학적 독서는 기존의 해석(해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독서입니다. 고도의 문식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이 시학적 독서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독서가 나누어진다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투사적 독서’(일부 오독)를 어떻게 교사나 부모가 수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지도하는 사람이 나서서 그 오독을 교정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그것을 장려해도 괜찮겠습니다. 독서 입문기의 아동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식대로 책 속의 내용을 재구성해 보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후경으로 놓아두어도 좋습니다. 내용을 재구성해 볼 수 있어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마음대로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공인된 의미를 확인해 보고 싶어 지면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독서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반드시 이런 때가 오게 되었습니다.     

 한 때 학년별 권장도서목록이 크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목록이 많이 나돕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개별적인 존재, 아이의 수준에 따라 책을 권해 주어야 할 일이지 어른들의 체계에 따른 목록으로 권한다면 선택의 즐거움을 빼앗아서 결국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책 들을 충분하게 공급해 주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이 스스로 높은 수준의 문식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스스로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자율 독서 프로그램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자율 독서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공통 요소 8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양한 읽기 자료(access)

2. 흥미로운 읽기 자료(appeal)

3. 독서 분위기 조성(conducive environment)

4. 독서에 대한 격려(encouragement)

5. 교사 연수(staff training)

6. 비책무성(non-accountability)

7. 추수 활동(follow-up activity)

8. 빈번한 독서시간(distributed time to read)

<아침 독서 활동의 성공 요소 8가지, 재니스 필그린, 윤준채 옮김>     

 이것은 아침 독서의 성공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독서의 성공 방법도 바로 이것이어서 소개합니다. 여기서 추수 활동이란 의무나 책임이 동반되지 않는 독서 후 활동을 말합니다. 

  이 추수 활동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적합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물론 이 활동은 지도자가 생각해서 그 필요성 유무를 판단합니다. 그것도 부담이 될 것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입니다. 어느 정도 읽기 훈련이 된 아이들이라면 스스로 읽은 책을 다른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초등 저학년일 경우 아이들이 독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책 읽을 읽는 즐거움으로 알게 해주는 것이 어떠한 독서권장법 보다 좋은 효과를 냅니다.   (이 단락은 https://brunch.co.kr/@sgyang/354 에 기대서 작성했습니다.)




  

 다만 활동 수업을 강조하다 보면 책 읽기의 즐거움이 있어야 할 자리에 활동하는 즐거움에만 취해버린다면 평생독자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읽기와 활동 중 본질은 읽기입니다.            


  

 

3. 그림책 수업을 하기 전에     


1. 이 그림책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 내려놓기     


그림책을 읽는 (아니 모든 책을 읽는) 으뜸 가치는 즐거움과 기쁨입니다. 그 외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목적이 많을수록 그림책이 어린이를 괴롭히는 도구로 돌변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학입니다. 교육은 책에 맡기고 교사나 부모는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 한 권에는 수많은 교사들이 그 안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믿고 아이들을 믿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생각해 주세요. 요즈음은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좋은 활동 결과가 책으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 독서교육의 성장과 발전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다만 그림책 지도를 처음 하는 경우에는 그런 활동 사례에 너무 움츠려 들지 말고 ‘읽어주기’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꼭 기억하세요. 그러면서 활동이 필요하다면 천천히 하나씩 실행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2. 교사가 그림책에 관심 갖기     


요즈음은 그림책을 제10의 예술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여러 가지 매력적인 점이 많아서 그림책 서점과 카페들에서 진지하게 그림책을 향유하고 나누는 성인 중심의 커뮤니티들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향유할 수 있는 문학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통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그림책 예술의 지향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림책은 혼자로도 좋고, 함께 읽으면 또 다르게 더 좋습니다. 평소에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내가 감동을 받은 그림책이 많다면 그림책 수업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기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예: 점심시간에 도서관 나들이, 서점에 가면 유아 코너 구경하기, 그림책 코너에 오래 머물러 보기)    

 

3. 내 마음에 들어오는 책부터 시작하기

     

 나만의 목록이 중요합니다. 요즈음은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을 수 있는 좋은 그림책 지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성과물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책에서 권하는 그림책 목록을 보고 골라 읽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책이 책을 안내하는 일도 많아 좋은 그림책을 선정하는 눈이 생깁니다. 다만 조심할 일을 교사가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서 선택하는 책이 그 분야에 치중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다음의 책에서는 좋은 그림책과 활동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활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림책 생각놀이》, 사랑교사모임/교육과실천

《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김준호/교육과실천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카시오페아

《그림책에서 찾은 책읽기의 즐거움 1,2》, 서미선,강승숙,김대경,권효진,박선미/휴머니스트          


4. 그림책 읽는 교사모임에 참여하기  

   

좋은 그림책 모임들이 도처에 많이 있습니다. 내 주변에 우리 학교에 그림책 읽기 모임이 있다면 그 모임에 적극 참여해서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도 누리고 책을 보는 눈도 기르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 자료가 많은 곳

책과 노니는 교실

(https://blog.naver.com/classwithbooks)  

             

5. 책 읽어주는 교실에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없다     


 

 책을 많이 읽어주는 교실에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평소에 책을 싫어한다던 아이들조차 더 읽어달라고 조르기도 하지요. 책 읽어주는 선생님과 그리고 함께한 아이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책 읽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서 그림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림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학급의 아이들이 20여 명 이하이면 그림을 지면 그대로 직접 보여주면서 읽어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다른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음 기억할 점을 마음에 두고 읽어주면 더욱 좋습니다.         

 

■ 그림책 읽어줄 때 기억해야 할 점     


- 내가 감동해야 아이들도 감동을 준다.

- (질문이나 독후 활동 따위의) 부담 없이 무한한 즐거움을 경험하는 책 읽기여야 한다.

-교사가 먼저 읽어보고 충분히 이해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 수집을 하면 좋다.

-표지부터 살피고 작가와 출판사까지 챙기는 습관을 들인다.

-구연동화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좋다.

-천천히 읽는다. 그림을 충분히 보여준다.

-다 읽은 후에 재미있는 책은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본다.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그림책으로 고른다. 아이의 관심사는 시시각각 변하므로 항상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

-고학년이라도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는 흥미 있는 그림 책부터 읽어준다.

-그림책은 쉬운 책이라는 편견을 버린다.         

 

6. 재미있는 그림책 활동     


 1. 읽어주기     


  독서활동의 시작과 끝은 읽어주기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읽어주기는 힘이 셉니다. 읽어주기가 최고의 그림책 활동입니다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도, 자기만 좋아하는 책만 읽으려 하는 아이도, 휘리릭 읽어버려 무슨 뜻인지 기억을 못 하는 아이도 읽어주기만 잘해도 책과 친한 아이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림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림책은 그림을 함께 읽을 수 있으며 더 좋겠지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만나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림이 부족한 것을 글이 메우고 글이 부족한 것을 그림이 메우기도 합니다. 글과 그림이 같이 함께 나란히 가는 그림책을 ‘동일시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글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그림으로도 고스란히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유아를 위한 책이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한편 글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그림에서 채워주거나, 그림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글로 채워주는 그림책은 ‘비동 일시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일러스트 그림책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반면 글에서 보여주는 것과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이 다르게 전개되어 충돌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반동 일시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이런 그림책은 대부분 어른을 위한 그림책에 많이 적용됩니다. 요즘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많습니다. 이런 팁으로 그림책을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법은 그저 알고 있으면 좋을 일, 그림책은 마음으로 읽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해법이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 질문하기  

   

  가장 오래된 방법입니다. 그런데 독후 활동이 질문하고 답하기에 경도되어서 너무 많은 것을 물으면 아이들은 글 내용에 집중하지를 못하고 예상 문제가 될만한 질문을 생각하고 거기에 답을 찾는 독서를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질문하기를 다루는 까닭은 좋은 질문은 아이들의 사고 확장시키거나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읽기 지도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질문이 사고력과 판단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dgar Dale은 독서 이해에 대해서 다음 세 수준으로 나누어 말하고 있습니다.     

① 행 읽기 수준 

  텍스트에 명시되어 있는 정보를 알아내는 수준의 읽기를 말합니다.

② 행간 읽기 수준

  텍스트의 함축적 의미를 발견하는 수준의 읽기를 말합니다.

③ 행 너머 읽기 수준

  독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해석하며 읽는 수준을 말합니다.     

이 수준에 맞추어 질문을 연결해 보면

① 행 읽기 수준: 글의 내용 그 자체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실적 질문 (예:공원에 간 사람은 누구인가요?)

② 행간 읽기 수준: 글에 언급된 내용을 해석해야 하는 해석적 질문 (예: 왜 사람들은 모두 달아났을까요?)

③ 행 너머 읽기 수준: 자신의 삶과 이어 생각해야 하는 적용적 질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만일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요?)    


 

3. 표현하기   

  

  ① 말로 표현하기- 생각 나누기, 토론하기, 그림책 내용을 미리 추측하여 말해보기, 그림책을 읽고 나서 추측한 내용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말해보기

  ② 글로 표현하기 – 의미로 다가온 부분에 포스트잇 붙이고 짧게 표현해보기 

                     (책이 주는 느낌, 내 경험)

                     등장인물 그림에 말풍선 넣어 보기

                     독서카드, 독서노트, 독후감...

  ③그림으로 표현하기 – 원화 따라 그려 보기, 내 마음 그려 보기, 책과 연관 있는 내 경험                       그려 보기, 비동시성 그림책일 경우 동시성으로 만들어 보기...

  ④ 만들어서 표현하기 – 책 내용 가운데 한 가지 만들어 보기, 나만의 책 만들기, 

                        책과 연관된 현실 사물 만들어 보기

  ⑤ 몸으로 표현하기- 연극놀이, 표정이나 모양 흉내내기, 

                     책 내용 중 한 장면 몸으로 표현해보기, 스톱모션으로 표현해 보기....     

4. 전시하기     


 교실 안에서 전시하고 친구끼리 감상하기

 복도나 다른 공간에 전시해서 다른 반 친구나 선생님을 초대, 같이 감상하기

 학부모 초청하여 같이 감상하기  

   

5. 출판하기   

  

실제로 출판사와 협약하여 출판하기. 창체 시간을 활동 20차시 연속 수업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그것을 출판한 사례가 초등에서 나왔습니다.(이현아 선생님의 ‘그림책 한 권의 힘’ 참조)    

  

6. 시작은 손쉬운 것부터      

위에 내용을 참고해서 교사와 아이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의 사례를 보면서 따라 해 봅니다. 그러다가 활동 수업의 요령을 알고 책의 내용을 깊이 알게 되면 모든 교사가 스스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주제를 나누어서 생각해 보면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예)

- 그림책을 향유하는 즐거움 알기

- '소중한 나', 자존감 높이기

- '책 읽기는 즐거워.' 독서습관들이기

- '네가 있어 참 좋아'좋은 친구

-  가족이라는 쉼터, 우리 가족 등     


강의에서 소개하는 책들

짖어봐 조지야/ 즐스 파이퍼 지음, 조은숙 옮김

안 돼/ 마르타 알테스 글 그림, 이순영 옮김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 글 그림, 정미영 옮김/문학동네

쫌 이상한 사람들/ 미겔 탕코 지음, 정혜경 옮김/문학동네

물고기는 물고기야/레오 레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코키루니카 글 그림, 김은진 옮김/ 고래이야기

내가 만일 아빠라면/마가렛 파크 브릿지 지음, 이경혜 옮김/베틀북

아홉 살 마음 사전/ 박성우 글, 김효은 그림/창비

엄마(아빠, 선생님, 동생)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실비 드 마튀이사왁스 글, 세바스티앙 디올로 잠 그림/어린이 작가 정신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 에이미 크루즈 로렌탈 글, 제인 다이어 그림/책 읽는 곰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논장

진정한 일곱 살/글 허은미 그림 오정택/ 만만한 책방

가시소년/ 권자경 글 송하완 그림/ 리틀씨앤톡 

아나톨의 작은 냄비/ 이자멜 카리에지음 권지현 옮김/ 씨드 북

내 꼬리/ 조수정 지음/ 한솔수북

빨간 벽/브리티 테케트럽, 김서정 옮김/ 봄봄

슈퍼거북/유설화/ 책읽는 곰

내 친구 어디 있어요?/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책공작소

노란공/ 다니엘 페어 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그림/ 그림책공작소     


강사이가령

우리글진흥원교육원장 교수

전 경희대글로벌교육원 교수

서울 부산 등 전국의 교육연수원에서 교사 직무연수 담당

국립국어원 공무원 연수 담당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원격 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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