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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장 이상헌 Dec 13. 2017

앱등이와 삼엽충

아이폰X와 갤럭시노트8, 그리고 V30(?)

참으로 오래전 생겨난 단어이다.

앱등이와 삼엽충.


우선 나의 정체 먼저 밝히자면 앱등이다.


여기에 귀에 담배를 꽂았냐며 놀림을 받는 에어팟(AirPods)까지 완비


이 사진을 보고 앱등이가 또 ‘앱등앱등’ 하는가보다 하고 뒤로가기를 누르지 마시길.


난 맥북의 대중화(?) 바람이 불었던 ‘인텔(Intel)맥 - 인텔의 CPU를 장착하여 부트캠프가 가능한’ 1세대 유저이다.

기억도 생생한 2009년 10월, 아이폰 첫 국내 출시의 1차 구매자이기도 했다(당시엔 물량에 따라 예약신청자 차수를 나누어 공지했었다. 아, 옛날사람).


2006년 맥북에서 시작했으니 어느덧 12년차 앱등이인 것이다.


https://youtu.be/R59TevgzN3k

Samsung Mobile의 ‘Growing Up’ 광고

2017년 겨울, 각종 tech 관련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갤럭시노트8과 아이폰X의 비교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그에 호응하는 각 진영의 유저들은 서로를 앱등이와 삼엽충으로 비하하며 자신이 속한 진영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댓글의 화력으로 볼 때 안드로이드 진영의 우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유저를 필두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과 iOS 진영 간의 다툼이 의미가 있던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초반에는 최적화된 OS를 통해 스펙 따윈 가볍게 무시하는 아이폰이 비교우위에 있었다(고 본다).

그 시절엔 논쟁의 지점이 꽤나 명확했다.

최적화 바보 vs 램(RAM)크루지


양쪽 진영의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애플의 iOS에 비해 사용자의 자유도를 제공했던 안드로이드 계열은 여러 제조사의 경쟁적인 기술 발달에 디스플레이, 사운드, 페이 및 생체정보 인식 기능 등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하며 그 세력을 공고히 해나갔다.

삼성전자의 ‘Growing Up’ 캠페인 영상 역시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영상 마지막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걸고 넘어진 건 개인적으로 아쉽다).

아이폰 대비 방진방수, 무선충전 등 다양한 신기술들을 먼저 적용했고 아이폰 사용자들은 어떤 측면에서 항상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앱등이인 나도 갤럭시노트7(이젠 FE가 되어버린)의 홍채인식, S8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등에 흔들렸던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애플 역시 특유의 폐쇄성은 여전했지만, 꽤 많은 부분에서 안드로이드의 편리함을 차용했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의 폐쇄성을 극대화한 ‘애플 생태계’를 구성하며 로열티를 강화했다.

macOS(기존 OS X)와 iOS는 서로를 닮아가며 호환성을 강화했고, 디바이스의 형태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애플의 생태계를 언제 어디서나 (거의)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또한 최신기술의 적용은 한 발 늦지만, 최적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사용자 경험 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것 역시 여전했다.




그러나 두 진영의 고도화가 지속되고, 각 OS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충분히 쌓인 현재에 이르러서는 양쪽의 비교우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iOS의 폐쇄성을 견디기 힘들 것이며, 신기술을 적용한 새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한 부러운 시선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국내 시장에서 모든 서비스가 안드로이드를 기준으로 선 적용되고 안정화된다는 점 역시 버릴 수 없는 메리트이겠다.


아이폰 사용자 역시 안드로이드는 필요 이상의 자유도를 제공하는 혼란스러운 OS라고 생각할 수 있고(실제로 부모님이-갤럭시 유저 뭐가 안된다, 뭐가 안된다고 무언가를 부탁하실 때마다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애플 생태계 내에서 구축해놓은 자신의 자산을 두고 쉽게 넘어가기가 어렵다.


이는 아무리 양쪽 진영에서 서로를 힐난하며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진영의 우위를 주장해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는 결론에 귀결되는 확률이 아주 높다는 이야기다.

아이폰X의 M자 탈모 디자인과 왠만한 PC 가격을 뛰어넘는 가격을 비난해봐야(솔직히 국내 출시가는 좀 너무했다 애플코리아야) 살 사람은 사고,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한다(네, 제 얘깁니다).

Face ID 불편하네, 무쓸모네 해도 Touch ID로 인해 생체인식이 자리잡고, 이어폰 잭 없어지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 처럼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무리 국뽕이네 어쩌네 해도 삼성 페이의 편리함은 압도적이며, V30(드디어!!)의 Hi-Fi Quad DAC의 사운드와 내구성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논쟁이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행위라고 한다면, 상기의 이유로 안드로이드와 iOS 진영 간의 논쟁은 대단히 잉여로운 생산성 낭비이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본인이 속한 진영의 발전적 비판으로 방향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각자의 필요와 이유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나, 혹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 비해 부족한 점을 찾고 힐난하는 것 보다는 내가 속한 진영이 상대진영의 좋은 점을 적극 반영하여 더 큰 사용자 경험을 ‘나에게’ 제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닌 ‘너 그러니? 나 더 잘 살아보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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