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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장 이상헌 Sep 25. 2018

리멤버를 싫어합니다.

네트워킹을 위한 네트워킹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


지난달, 이직을 했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처럼 일할거면 대기업에 가지'라며 호기롭게 회사를 옮긴지 고작 1년 1개월만에 다시 스타트업으로.


그리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명함관리 앱으로, 거의 직장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리멤버'를 켰다.

내가 리멤버를 들어가지 않은 시간동안 나만큼이나 여러사람이 자리를 옮겼음을 알려주었다.

벌써 이런 이야기를 할 나이는 아니지만 낮게 읊조렸다. '세상 참 좋아졌네'


다음날, 출근을 하고 메일을 열었다(아이폰의 Gmail 앱에는 그동안 도착한 메일에 대해 열심히 알려주지만, 의도적으로 못본척한다).

그중 2, 3통이 오랜 기억 속에서 꺼내 올려야만 하는 이름들에게서 도착한 메일이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리멤버를 통해 나의 이직 소식을 알았고, 조만간 차 한 잔, 밥 한 번 먹자는 이야기였다.


내가 지난 스타트업 마케터였을 때 이른바 '영업'을 하기 위해 안면을 튼 분들이었고, 내가 매체사로 옮긴 후는 안부조차 묻지 않는 사이가 되었었다.

리멤버를 통해 다시 스타트업의 마케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 후, 다시 '영업'을 위해 연락을 주신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평소 네트워킹에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선천적 아웃사이더인 내게 그들의 연락은 불편했다.

나 역시도 고마움을 느끼는 선배들에게 내년 명절마다 안부문자를 보내곤 하지만, 그 역시 내겐 그저 고마운 분들에 대한 예의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바로 리멤버 앱을 켰다.

앱 삭제가 아닌, 회원탈퇴가 필요했다.

내가 모르는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리멤버는 그렇게 액티베이션 된 회원 하나가 떠났고, 앱 설치자 수 하나가 줄었다.


일을 함에 있어 네트워크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대부분의 일은 관계로 인해 불가능을 가능케하고, 어려운 것을 수월케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내 의지에 의한 것이었음 한다.


낯 뜨겁게도 뭔가 필요해질 때에만 연락하는 사이라고 해도.

온전한 나, 혹은 상대의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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