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기계값이 조금 싸면 좋겠다
아내가 지난달 중순부터 휴대폰 때문에 속을 끓였다. 액정이 깨져 화면의 반이 독서등 같이 밝아 눈이 부셔 얼굴을 자주 찌푸렸다.
그래도 아내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잘 때와 깰 때 휴대폰을 쥐고 있으니 거의 중독 수준이다. 불편하면 내 휴대폰을 쓰라고 권했지만 아내는 평소 사용하는 앱이 깔려있지 않아 마다했다.
아내는 물건을 구입하고 모든 거래를 휴대폰으로 처리한다. 기차나 고속버스 예약도 아내가 전담해 또래들의 인기가 많다. 나 또한 아내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하면 척척 주문해 준다.
아내는 설거지를 하다가도 고무장갑을 벗고 휴대폰을 확인해야 한다.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알림음 때문이다.
통화와 카톡이나 검색은 그런대로 가능하지만 깨진 액정이 가끔 체크무늬처럼 커지면 휴대폰 기능이 다운될까 아내는 전전긍긍했다.
휴대폰 액정이 깨진 것은 떨어트린 충격으로 생긴 고장이다. 이전에도 아내는 액정을 두 번이나 수리했다. 그때마다 고쳐 썼지만 휴대폰 기능은 점점 떨어졌다.
아내는 최근 손목 통증으로 휴대폰을 놓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손에 뭐든 남아나지 않는다고 아내를 타박했는데 이제는 그런 잔소리도 포기했다.
아내와 달리 나는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하고 휴대폰은 사진 촬영이나 외출 시 유튜브 등 SNS 용도로 사용할 뿐이다. 외출할 때 가끔 휴대폰을 집에 둘 때도 있다.
나와 아내는 '아이폰'을 쓰고 있다. 6년 전 같이 구입한 내 것은 아직 멀쩡하다. 나도 잃어버릴 뻔한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이후 목줄을 끼고 다닌다.
드디어 불편함을 참다못한 아내가 휴대폰을 고쳐야 하나 새로 사야 하나 의견을 물었다. 함께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세 번이나 고쳐 쓸 휴대폰이라면 새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아내도 이번에 새것을 장만하고 싶은 눈치다. 그런데 아내는 머뭇거렸다. 휴대폰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휴대폰 기계 가격을 알아보니 여러 모델이 있는데 가장 싼 것이 1백40만 원을 주어야 한다. 솔직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아내 말로는 일정한 고정 수입이 있을 땐 휴대폰을 별다른 고민 없이 구입했는데 은퇴 이후 생활여건이 달라진 지금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사양을 낮춰 휴대폰을 구입해 볼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256기가 저장용량을 쓰다가 128기가를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통신사를 바꾸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휴대폰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지만 주변에서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휴대폰 기계값이 사실 너무 비싸다. 한시라도 떼고 지낼 수 없는 일상 생활필수품인데 가격이 좀 내렸으면 좋겠다. 매달 들어가는 통신비 부담도 작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한동안 휴대폰 구입문제로 갑론을박하면서 새 핸드폰을 언제 살지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어제 애들이 새 핸드폰을 구입해 가져왔다. 그것도 내 거 까지.
아내가 휴대폰이 고장 난 것을 애들한테도 벌써 이야기 한 모양이다. 결국 애들한테 새 휴대폰을 사달라고 강권하는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새 휴대폰을 받고 과거 유행했던 광고대사가 금방 떠올랐다.
"아비야, 옆집은 새 냉장고를 들였다더라!"
그리고 아내 휴대폰 선물이 생겼다며 기분이 순간 좋았는데 한 번도 고장 없는 내 핸드폰까지 변경한 것은 조금 과한 지출이 아닌가 여겨졌다.
하지만 아내 것을 바꾸는 김에 내 것도 함께 바꾸기로 했다는 말에 나름 의미도 있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애들이 준 선물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어쨌든 새해 선물로 새 핸드폰을 받았다. 아내는 아기처럼 즐거운 표정이다. 나도 솔직히 새것이 좋다.
아들한테 새 핸드폰으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너 말대로 피 땀 흘려 번 돈으로 샀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