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받은 핫팩에 느낀 희망과 온기... 따뜻한 사회를 기대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더해, 탄핵 찬반으로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면서 침울한 기분인데 날씨마저 갑자기 추워졌다. 최강 한파도 예고됐다.
한파에 무심코 받은 '핫팩'
어제 장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누가 인사하며 손을 건넸다. 갑자기 악수를 청하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는 뭔가를 주면서 "행복하세요"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네,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며 무심코 받았는데 핫팩이었다. 순간적으로 기다리던 보온 선물을 받았다고 느꼈다.
핫팩의 포장 겉면에는 교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알고보니 추운 날씨에 교회에서 홍보차 나온 것이다.
정말 한파가 무서운 기세다. 바람도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갔다. 옷을 두껍게 입었지만 시장을 서둘러 빠져나올 정도로 강추위를 실감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모든 걸 움츠리게 하는 것 같다. 장바구니를 든 손이 꽁꽁 얼었다고 느낄 정도였다.
핫팩의 포장을 뜯어 따뜻한 열기를 서서히 느끼며 오래전 직장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17년 전 겨울 나도 핫팩을 나눠주고 있었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과 건설업 등에서 구조조정으로 퇴직하는 사람이 많았다. 준비 없이 나와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냉혹한 현실을 맞이한 이들에게 전직 프로그램과 재취업을 알선하면서 직장 인근 서울 종로 지하철 입구에서 핫팩을 배부했다.
당시 겨울도 무척 추웠던 기억이다. 지하철에서 빠져나오는 퇴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장년들에게 '날씨가 춥습니다. 힘냅시다'라며 핫팩을 건넸다.
부끄럽지만 이 아이디어는 내가 내어 추진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핫팩을 받은 사람들마다 환해진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준비한 핫팩은 금방 동이 났다. 나는 추운지도 몰랐다. 받아 든 사람들의 온기와 희망, 표정이 나를 따뜻하게 만든 것이다.
서로 온기 전하려는 노력
이때 나는 핫팩의 '나비효과'를 실감했다. 실직과 퇴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잠시 시름을 잊고 웃으면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생생하게 확인한 것이다.
동네 교회에서 나눠주는 핫팩도 교회로 당장 인도하지 않더라도 나처럼 이웃에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기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영하 70도까지 밑도는 남극에서 황제펭귄은 추위와 바람을 견디기 위해 둥근 형태로 모여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며 체온을 전달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는 강추위만큼이나 얼어있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더 서로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은 더 춥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훌쩍 넘는다. 핫팩을 건네주는 마음씨가 온누리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