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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런 Nov 13. 2023

손 편지를 부치면서

모아둔 우표를 활용하는 고민을 해결했다

나는 가끔 편지를 쓰고 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손 편지를 고집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연말연시 연하장을 포함해 지인들에게 안부편지를 보낸 지 벌써 30년이 다 된다. 


내가 편지를 쓰게 된 계기는 대학교 선배가 연하장에 시구를 직접 써 보낸 것에 감동받아 시작했다. 당시 복잡한 내 심경을 고려해 쓴 위로의 편지인데 나도 선배처럼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살다 보면 어쩌다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나 지인들이 있는 법, 그들에게 편지로써 그간의 궁금함과 안부를 물으면 상대방도 따뜻하게 반응해 편지 쓰는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또한 내 편지를 받는 계기로 자식과 가족의 생일을 맞아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지인도 생겨 편지의 '낙수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도 한 해를 정리하면서 그간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쓰다 보니 20통이 조금 넘었다. 요즘 SNS 소통이 활발하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잊고 지낸 사람이 제법 많아 스스로도 놀랐다. 


편지를 다 쓰고 이번에는 책상서랍에 모아 둔 우표들을 활용해 부치기로 했다. 몇 해동안 쓰고 남은 우표가 수십 장이었다. 지금은 통상우표가 매당 430원이지만 대부분 380원짜리로 인상되기 전 우표들이다. 


나는 이 우표들에 50원짜리 '소액우표'를 따로 구입해 붙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우체국에 가보니 인상되기 전 우표를 활용하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우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금천우체국 접수창구 직원(조명성 씨)은 "자신도 이런 경우는 처음 접한다"면서 직원들과 숙의를 거쳐 내가 가지고 있는 우표 모두를 소인 처리하고 옛 우표 액면가만큼 430원짜리 '선납스티커'를 발행해 주었다. 


과거에는 소액우표를 발행했지만 지금은 우표를 대신하는 '선납우편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소액우표를 사서 붙이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선납스티커는 대량으로 우편을 보낼 때 자주 쓰인다. 


흘러간 옛 우표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해결해 준 창구직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줄을 잇는 바쁜 가운데 얼핏 귀찮아 보이는 작업을 일일이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통상우표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제 우체국의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봤는데 그도 모르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우표 편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증표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친절한 우체국 직원 덕분에 편지를 즐겁게 부쳤다. 편지를 받아보는 지인들도 나처럼 기쁘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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