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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누룽지 Mar 18. 2021

Ep24. 사회 속의 사회

스물네 번째 방울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가? 눈부신 건물과 지성인들이 현존하는 사회, 현대의 우리는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사회를 받아들이고 있다. 마음에 들거나, 혹은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를 가져다 쓰더라도 자유롭게 모든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자유'라는 명목 아래 가능한 것이겠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당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자유'를 상실한 사회, 차별과 분리가 난무하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니클의 소년들>의 주인공 '엘우드'. 그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니클의 소년들 

 <니클의 소년들>은 1962년 주인공인 흑인 아이 엘우드로부터 시작된다.  엘우드는 백인 동네에서 매우 영리하고 착실한 흑인 아이다. 동네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유망한 소년이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고 자란 그는 짐 크로법과 같은 차별정책과 논쟁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에 숭고한 도전을 내던지겠노라고 맹세하지만, 흑인의 차를 얻어 탔다는 이유만으로(훔친 차라고 여겨짐) 그는 니클이라는 감화원에 보내진다.


#차별의 역사

 니클이라는 감화원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은 선도적 기관이다. 길 잃은 아이들은 이곳에서 길러지고 교육되어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니클은 잘 포장된 가면을 쓴 늑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은 꿈과 희망이 아닌 두려움과 치욕에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분리 정책이 만들어낸 차별의 역사를 엘우드는 점점 자신과 함께 가라 앉히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는 이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란 듯이 실행해 보이려 한다. 니클은 사라져야 했다.

 "거기 난간 잡고 놓지 마. 소리를 내면 더 맞는다. 그 주둥이 닥쳐, 깜둥이." -(중략)- 가죽 채찍은 벌 받는 학생의 다리를 향해 내려오기 전에 먼저 찬장을 찰싹 때렸다. 마치 이제 곧 그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알리려는 듯이,-(중략)- 엘우드는 침대에 단단히 매달려 베개를 악물었지만, 매질이 끝나기 전에 기절했다. -<니클의 소년들> 中-

 그저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려 한 그에게 내려진 가혹한 처벌과 폭력, 엘우드가 느꼈을 모멸감은 니클에 찾아온 아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죽어서 이곳을 나간 아이들은 기억과 함께 묻히고, 복싱 경기에서 져야 했던 흑인 아이 그리프는 돌아오지 못했으며, 도망친 아이들은 총성과 함께 고요해졌다.


#엘우드의 사회 

 플로리다라는 큰 사회 안에 갇혀버린 작은 사회, 니클의 엘우드. 그는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평등하지도 못했고, 온전하고 안전하지도 않았다. 학업, 능력, 계몽, 자유, 궐기, 자리, 평등 어느 것 하나도 흑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던, 그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던 그때, 어린 소년 엘우드가 꿈꾼 사회는 우리가 당연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를 겨냥하고 있었을 것이다. 원한다면 잠을 잘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으며, 누구에게도 당연하게 피해를 입지 않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 사회를 말이다. 엘우드의 시간은 그를 향해 정지하지 않는 바늘이 되어 돌아가고 있었다. 과연, 그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멈추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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