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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누룽지 Mar 02. 2021

Ep23. 변신의 죗값

스물 세번째 방울

(※ 다음은 20세기 독일 문학의 위대한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변신'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출신(체코슬로바키아)이며 독일계 유대인으로 외롭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는 그가 체코어를 할 줄 아는 체코인이면서도 제1언어를 독일어로 사용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출신이라는 성분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깊은 방황의 시기를 보냈을 거라 짐작하고있다. 그의 정체성 혼란은 당연하게도 작품 속에 녹아들어 인간의 운명과 존재의 소외와 멸시 같은 부정적이면서도 불완전한 모습을 기괴하고 날카롭게 보여준다. 


#변신

그의 대표작 '변신'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구한 운명과 철저한 소외를 바탕으로 잔인하고도 첨예한 감성을 통해 이야기 하고있다. '변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서 약간의 줄거리와 카프카의 표현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외판 사원으로 실직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진 빚을 청산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며, 누이동생 그레테를 음악학교에 보내기까지 하려고 분투하는 실질적 가장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몸은 심하게 뒤틀렸고, 그가 스스로를 내려다 보았을 때,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불룩한 갈색 배를 잘 보기 위해 머리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의 배는 뻣뻣한 활 모양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배 위에 있던 이불은 제대로 덮이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다른 부위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수많은 다리들은 그의 눈앞에서 하릴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본문 中-  


그의 집에 찾아온 지배인은 그의 흉측한 모습에 놀라 달아나게 되고, 실직자가 된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철저한 격리 속에서 단절된 채, 누이가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당연히, 그레고르가 거대한 벌레가 된 덕분에, 수입이 현저하게 부족했고,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숨긴 채 다른 방에 세를 주어 하숙인들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하숙인들은 하숙비도 내지 않아도 손 쉽게 집을 나갈 수 있었다. 결국,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두고 그를 내쫓아야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던 그레고르는 이미 짊어진 상처를 그대로 끌어안고 가족들과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며 그들을 떠올려보았다.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누이의 생각보다 더 확고해졌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 시를 알릴 때까지 그는 내내 이런 공허하면서도 평화로운 생각에 빠져 있었다. 창 밖이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을 그도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본문 中-


#그레고르의 죗값

그레고르의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새출발을 이끌었다. '변신'은 그레고르를 제외한 가족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미래를 꿈꾸는 장면과 함께 이야기의 끝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레고르의 참담한 현실을 비추어 인간이라는 이성적일지도 모르지만, 매우 잔인한 존재와 반대로 연약하고 하찮은 운명을 더욱 비참하게 맞이해야 한다. 


그레고르는 어쩌면 자신이 흉측한 존재로 변한 것보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괴로움과 철저하게 격리된 상황 속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에 더 슬퍼하고 점점 가라 앉는 것 같다. 마치, 어느 소속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 카프카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는데, 이는 떠다니는 망령과 같은 스스로를 동정과 같은 따뜻함이 아닌, 소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함께하는 세상에서 더 멀어지도록 한다. 결국,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어두운 심연에서 죽음으로써 불완전한 존재라는 주변인의 죗값을 받는다.


가정의 버팀목에서 비생산적이고 흉측한 주변인이 되어버린 남자를 한 순간에 져버릴 수 밖에 없는, 아니, 추악한 생존 본능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벼움, 덧없이 소비 되어지는 인간의 끝없는 운명의 굴레. 카프카와 그레고르가 만들어낸 이 무거운 세상의 수레바퀴는 20세기를 지나 지금 21세기를 더욱 잔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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