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누룽지 Jun 11. 2021

Ep27. 돈과 예술, 그리고 돈

스물일곱번째 방울

#예술의 가치와 자본주의

예술이 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는 무한하다. 광의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내면의 평화 혹은 세상을 가꾸는 가치를 갖기도 한다. 하나의 정의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예술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다. 물질적이거나 상징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이기도 하고 집단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무한한 가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금씩 쇠퇴해가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의 가치는 돈보다 우월한가?

 근대 사회에 들어서 자본주의는 어떠한 것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성장해왔다. 돈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가 돈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나의 대답은 ‘아니다’라고 본다. 심지어는 돈이 예술의 가치를 판가름한다고 생각한다. 근대 사회가 들어서기 전, 사회가 아름다움과 미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사회였다면 대답은 달랐을 것이다. 우리는 시대가 갖는 특성을 이해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근대 이전의 사회는 아름다움을 보다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예술 이외에는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5세기 에우리피데스는 ‘바쿠스의 여신들’에서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소중하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테오그니스는 ‘애가’에서 이를 더 확고하게 또는 결의에 차 말한다. ‘아름다운 이 사랑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이 사랑스럽지 않다네.’ 에우리피데스와 테오그니스 모두 아름다움(광의의 예술)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한동안 이러한 기류는 자본에 빼앗기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이러한 정세는 뒤바뀌었다.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으며 아름다움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예술의 지위는 어느 순간 자본에 존속되는 어떠한 물질 정도로 떨어진 것 같다. 이러한 예술은 원한다면 누구나 살 수 있게 되었다.


#시계 애호가의 예술 빗대기

 나는 앞서 예술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 시계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나는 시계를 좋아한다.(열정이 궁금하다면 Ep20.시계와 사치를 보시라) 시계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부품의 조화와 디자인, 브랜드가 심어놓은 철학의 가미는 예술이라는 것에 기여를 하고 있다. 

 시계는 가방과 비슷해서 천차만별의 가격대를 자랑한다. 만 원대부터 억 단위까지도 분포하고 있다. 이 예술품의 가치를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으면 가서 구입하면 끝이다. 그(예술)에 대한 갈망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예술은 돈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 같지 않다. 재화,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수인 자본, 돈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예술의 가치를 판가름 짓는 것 같다. 

 이는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시계를 사려고 쇼핑을 한다. 두 제품 중 고민을 한다. 둘 다 내 마음에는 들지만, (여유가 있다면) 가격대가 높은 쪽으로 보게 된다. 가격대가 높으면 본능적으로 더 고급스럽고 안전하며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적응한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지불하는 액수가 크면 그만큼의 기댓값은 더 위에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예술이 돈보다 가치가 높은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라면, 예술에 대한 가치는 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돈이 아니면 예술의 가치를 아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시회나 박물관에 갈 때, 물론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입장료를 지불한다. 그것은 액수와 상관없이 ‘돈이 없으면 예술의 가치를 느낄 수 없음’이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있기도 한 것 아닌가.


#우리는 자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쩌면 어느 순간 돈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돈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돈이 존재의 최상위가 된 사회에서 어떠한 것도 그보다 위에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자주 보는 음악을 주로 한 영화나 그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듯 이와 같은 사실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긴 어게인>이나 <스타이즈본>만 봐도 은연중에(성공=부와 명예) 자본에 대한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돈이 가지는 영향력을 그대로 시사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영화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예술적 혹은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기는 하였다. 이는 우리가 돈이라는 자본과 예술을 저울질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성일 것이다. 돈이 분명하게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태동부터 함께 해온 예술을 저편으로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예술의 무한한 가치를 논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위에 있다는 주장은 호락호락하게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이제 우리는 예술뿐 아니라 어떠한 것에도 돈과 비유하기보다 본질 그 자체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국면을 맞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Ep26. 앨런은 왜 호랑이를 보고 놀랐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