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감이 반기는 곳(1)-2
파도를 가로지르는 기분 정말 짜릿했다. 속도감과 시원함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파도가 배와 마찰을 일으키며 위로 튀어 오르는 듯했고 파도는 이에 맞춰 큰 소리가 울렸다.
하늘에는 페러 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속이 훤히 비치는 물 위에서는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 마나가하섬 선착장에 내려 채비를 하는 사람들.
여기에 햇빛이 내리쬐는 완벽한 날씨에 청량감을 느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내가 떠나온 사이판 해변을 바라봤다. 공사 중이었던 카지노와 함께 무성한 나무들을 보았다.
또 다른 광경과 마주쳤다. 우뚝 솟은 카지노가 나무들 주위에 둘러싸여 외로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만의 팁인데, 여행을 가서 멋있는 광경을 앞에 두고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면 완전히 내가 걸어오면서 보았던 모습들과는 완벽히 다른 어떤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느끼는 바가 또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의 수요에 비해 선착장은 굉장히 아담하다. 사실 선착장이라기보다 부두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방파제 같기도 하다.
마나가하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착장? 방파제? 앞에 있는 부스에 환경세를 내고 입장한다.
1인 5달러에 영수증을 챙겨주신다. 부스 안의 직원 말로는 많은 종류의 어류가 마나가하섬 주변에 서식하고 있다고 했다.
부두를 따라 섬으로 들어서면 예쁜 보트들이 정박해있었고, 전쟁의 흔적들이 남아 이곳의 포토스폿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요새화 된 적이 있는 군함섬 중국어로 군함도라고 한다. 영화 군함도에 나오는 그곳과는 다른 곳임을 명시한다.
역사의 흔적들을 뒤로 섬의 중심으로 들어서면 기념품 가게, 식당, 디저트 가게, 다양한 액티비티를 예약할 수 있는 부스, 조그맣게 헤나를 할 수 있는 곳이 보인다.
그 앞에는 샤워장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비치발리볼 등 액티비티와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천국이었다.
해변가에는 파라솔과 매트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가끔씩 대여를 하고 반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자리 그대로 남아있는 파라솔을 우리의 아지트로 삼았다.
파라솔 아래 누워 해변을 그득히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이면서 평화로운지, 비치발리볼 경기나 미국의 플로리다 해변에서 나올 것 같은 경쾌하면서도 느린 템포의 음악들로 새하얀 모래를 덮고 아무 생각 없이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는 듯했다. 잠깐 비를 피해 파라솔 밖으로 내놨던 발을 안쪽으로 바짝 집어넣었다.
스콜이었는지 금방 비가 그쳤다. 다시 맑아진 하늘을 보며 다행이다 싶어서 몸을 한껏 펴고 기지개를 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모래는 새하얀데 어느 한 부분이 빨갛게 그을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발등이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것이었다.
중요한 건 발등 전체가 탄 것이 아니라 모래 속에 발가락과 주위를 넣어놓고 발목과 그 주위는 파라솔에 가려져 삼선 슬리퍼의 윗부분처럼 선을 그어놓은 듯 탄 것이었다.
모든 곳에 선크림을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발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도 발에 이 부분만 타서 검은색이다. 4년이 지났는데 안 돌아왔다는 건 혹시... 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되긴 했다.
아무리 밀어도 안 나오는 거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