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11. <여행에 로망이 있다면 이곳에, 사이판>

-청량감이 반기는 곳(2)-1

by 작은누룽지

벌건 발등을 이끌고 파라솔에서 벗어났다. 액티비티를 할 만한 게 있을까 하고 부스와 식당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비치발리볼 네트를 지나가면서 안전요원과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했다. 갑자기 손으로 자신의 옷과 친구의 옷을 번갈아 가면서 가리켰다.


요원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빛은 알 수 없었지만 환한 미소로 ‘나랑 옷 바꾸지 않을래?’라는 표정을 보였다. 내 친구는 당시 축구 유니폼을 입고 왔다.


지금은 여러 예쁜 단체티들이 많이 나와서 선택의 폭이 좀 넓어졌지만, 내 학창시절에는 단체티 하면 무조건 축구 유니폼에 각자의 개성에 맞는 등 번호와 이름을 새기고는 했다.


이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같은 반으로 지냈는데, 이 유니폼은 고2 때 단체티였다.


보통은 유니폼이 예쁜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 맨유 등이 인기가 많았으나 우리 반은 특별함을 추구했다.


정확히 말하면 병맛을 추구했다. 친구들에게 지나갈 때마다 ‘유니폼 진짜 dog같다’라는 말을 수십 번은 들은 것 같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계속 입다 보니 정이 갔다. 나름 이쁜 것 같기도 했다.


내 친구는 ‘대장원숭이’였다. 번호는 기억 안 나지만 ‘대장원숭이’라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이름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안전요원은 ‘대장원숭이’를 원했는지, 밀리터리의 감성에 빠진 것인지 유니폼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친구는 갑작스러웠던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친구: 아 그냥 바꿔줄껄 그랬나?

나: 저기 아직 앉아있잖아 가서 바꿔와

친구: 아냐 그냥 입을래. (5분뒤) 그냥 바꿔올까?

나:....?


갈대와 같은 마음은 여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얘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장원숭이’도 안전요원의 옷이 갖고 싶었나 보다.

상황에 따라 구도는 설정으로 잡기 때문에 글과는 약간의 상이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전요원과의 만남을 뒤로 액티비티 예약부스에 갔다.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옆에서 스노쿨링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스노쿨링이 익숙한 듯했다.


모습이 마치 전문기술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예약부스에 간 나는 가격에 흠칫하고 갑자기 다시 내리는 비에 액티비티를 포기했다.


잠깐 내리다 그칠 것을 알았지만, 점심때도 다가오고 하니 시간상 밥을 먹고 물놀이나 좀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식당가가 근처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곳은 우리나라의 휴게소처럼 테이블이 많고 각 매점에서 주문과 계산을 동시에 하는 형태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 우동 같은 면 요리들이 있다고 하던데, 왜 못 봤는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한 햄버거에 감자튀김과 콜라세트를 주문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비가 그친 맑은 하늘과 그에 못지않은 바다를 보며 먹는 맛은 평범함을 특별하게 했다.


평범한 듯 특별한 식사를 마치고 아이스크림 가판대로 향했다. 아이스크림은 뭐... 그냥 아는 그 맛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점성?이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조금 더 높다 정도이다. 꾸덕꾸덕한 맛이 특이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젤라또와 비슷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청량감이 반기는 해변에 몸을 담그기 위해 모래사장으로 다시 나왔다. 썬크림을 맨살이 나온 곳이라면 어디든 다 발랐다. 만발의 준비를 하고 천천히 물가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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