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감이 반기는 곳(2)-2 完
마나가하섬의 바다는 내가 멀리서 본 것보다 더 깨끗하고 더 에메랄드빛을 품은 색감의 정점이었다. 아름다운 물속의 내 모습이 에메랄드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바다는 나뿐만이 아니라 해초들과 같이 살아 숨 쉬는 생물들의 모습 또한 비춰주었다. 손을 아래로 뻗으면 바로 닿을 것 같은 느낌. 강렬한 햇빛과 물의 굴절로 매우 얕아 보였다.
해초나 조개껍데기들이 밟혀 아프긴 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봤다. 수영은 못하지만, 잠수는 할 줄 알아서 잠깐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눈을 떴다.
안경을 쓰는 터라 물안경이 없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가 물의 결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더 자세히 보고 싶었던 나는 공항에서 우연히 산 방수팩을 가져와 핸드폰에 씌웠다.
핸드폰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카메라 셔터를 방수팩 밖에서 누를 수가 없어서 물 밖에서 누르고 잠수를 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물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처음 본 녀석은 흰색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녀석이었다. 고운 흰색을 가진 이 친구는 꼬리를 흔들며 유유히 자신의 자태를 뽐내주었다. 그 녀석을 따라가 보니 이번에는 검은색의 우럭처럼 생긴 두 녀석이 지나가고 있었다.
또 이 두 녀석을 따라 해초가 있는 바위로 시선을 옮기니 물고기들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유튜브로만 보던 모습을 실제로 보고 느꼈다. 물안경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걸이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이런 바다가 있는 휴양지에는 늘 남자와 여자가 같이 노는 그림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 찐따 4명이 그런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나와 다른 찐따는 물에 몸을 맡기며 시원한 바다를 느꼈다. 나머지 두 찐따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저 둘은 퇴짜를 맞고 오는 길임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멀리 서라도 지켜봤어야 했는데 평생 안주감을 놓쳐버렸다.
점점 하늘에 노을빛이 들 무렵 섬에서 나올 준비를 했다. 이곳은 4시 30분 이후에는 섬 전체를 폐쇄한다. 아무도 이곳에 남아있지 않는 정적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좀 의아했다.
밤이 되면 하늘의 별이 수놓은 그림들이 바다를 은은하게 비춰 더 아름다울 테고 이를 보러 올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아마도 여러 위험한 요소들이나 섬의 보호 차원에서 그랬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4시가 되자 점점 사람들이 다시 부두를 따라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단체 관광객, 자유여행객들이 좁은 선착장에서 각자의 픽업 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픽업 보트들은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신들의 손님들을 태워 사이판의 해변으로 보트의 머리를 돌렸다. 뜨거운 노을빛을 맞으며 10분이 지났을까 어디선가 ‘Mr. Woo!’라며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나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중국인 관광객의 보트겠지 했다. 그런데 다시 또 ‘Mr. Woo!’ 이번에는 더 큰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인가 싶어서 짐을 챙겨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나를 보며 ‘Mr. Woo!!’를 외치는 그. 순간 이유 모를 부끄러움이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Mr. Woo!’를 당당히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나에게 이목을 집중시켰고 난 그걸 견디기 쉽지 않았다.
역시 친구들은 친구의 고통을 즐거워한다고 4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Mr. Woo’라며 놀리곤 한다. Woo 발음을 길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Woooo.
보트를 타고 돌아갈 때는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섬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날씨가 정반대였다. 구름 낀 하늘이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비를 조금씩 내려줬다.
사이판 해변에 돌아와 또다시 뚜벅이가 되어 구름 낀 하늘과 함께 킹사이즈 침대를 자랑하는 호텔로 몸을 움직였다.
젖은 몸, 젖은 슬리퍼, 발에 낀 모래. 물놀이를 가장 재밌게 하고 왔다는 증거다. 발에 낀 모래는 조금 찝찝하다. 젖은 옷과 슬리퍼를 숙소 테라스에 고이 말려두고 둘째 날 저녁을 만끽하러 나섰다.
‘마나가하섬’ 그곳은 자연의 태고였다. 주변의 어떠한 것도 해치지 않으며 그곳에서 만족하고 최소한의 관리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새하얀 모래밭의 포근함, 에메랄드빛 바다의 시원함. 그 속에서 삶을 꾸린 생물들의 보고. 바다와 해변이 하나 되는 곳에 모든 것들을 즐기는 사람들. 바로 이 섬이 청량감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섬. 마나가하였다.
(※이 에피소드를 끝으로 사이판의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한 개의 추가 업로드 이후 일본의 오사카로 넘어갑니다. 다음 2장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