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방울
여행으로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삶의 넋두리(?) 또는 다양한 시각과 주제로 한 방울씩 총 30방울을 모아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방울의 시작입니다.
2020년 6월 30일, 내가 일하던 학원에서의 계약이 3개월로 끝이 났다.
오전에는 수학을 오후에는 영어를 가르치던 매일매일이 7월 1일이 되는 순간. 어색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내 출근시간은 12시 반. 학원에서 아이들 숙제와 채점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
프린터기에서 숙제가 뽑히는 소리 , 문을 여닫고 책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덩그러니 놓인 의자와 교실이 스쳐 지나갔다.
기억은 29일을 되짚고 있었다. 영어 수업이 있는 날은 월 수 금으로 중학생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29일이다.
수업을 마치기 5분 전.
나: 할 말이 있다. 선생님은 7월부로 안 나온다.
아이들: 네? 왜여? 선생님 여자 친구 생겼죠!
나:..? 아니 됐고 암튼 7월부터 안 나오니까 잘 지내라.
멋쩍은 인사로 아이들을 보냈다. 그중에서 한 아이가 다가오며 종이 한 장을 전해줬다.
편지의 내용:
짧은 시간 동안 즐겁게 영어 공부를 했어요....(중략)
저는 나중에 커서 선생님처럼 설명해주시고 잘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이런 감동적인 문구와 편지를 받았음에도 기억에 남는 아이의 한 마디는 '짧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해요'다.
그 아이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았음을. 만남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웠음을 알았던 것일까.
고작 중1의 말은 나의 떠나는 발걸음을 흔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러 오는 그의 나에 대한 믿음을 이제는 볼 수 없다.
내가 지낸 3개월은 돈을 번 시간도 경험을 쌓은 시간도 아닌,
그리움이 쌓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