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1. <여행에 로망이 있다면 이곳에, 사이판>

-준비되지 않은 이의 첫 여행(1)

by 작은누룽지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위해 경비, 숙박, 음식, 명소들 적어도 숙박과 명소는 고심하여 떠난다.


동선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관광지 주변에 숙소를 잡으며 최대한 그곳의 향기와 뿌리내린 역사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명소를 검색한다.


특히나 처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면 설레는 마음에 준비는 더욱 철저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첫 여행의 설렘은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일단 그냥 가자’. 스무 살의 패기는 장대처럼 높은 소나무와 같았다. ‘무’의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6년 겨울, 초록 검색창에 ‘항공권’으로 출발‘인천’, 도착에 모든 곳을 하나하나씩 넣어본 것 같다. 돈은 없어도 욕심은 많아서 유럽을 슬쩍 넣어보기도 했었다.


그 습관은 지금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마우스 스크롤을 왔다 갔다를 반복하던 그때 ‘북 마리아나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왕복 30만 원대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고(나중에는 40만 원에 결제하게 되어 한동안 집에서 근신했다.), 북 마리아나 제도라는 이름이 풍기는 따뜻함과 햇살, 항구에 정착된 배가 나를 이끌었다.


사이판, 괌. 두 곳 모두 휴양지로 유명한 곳인데 사이판보다는 괌이 더 여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모험적이고 날 것을 체험하고 싶었던 건지 사이판을 선택하게 된다. 사실 돈이 별로 없었다.


여행 일정은 3박 4일, 숙소는 단 하루, 한 곳만 잡았다.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 현지에 가서 못 구하면 모래사장에서 모래 덮고 자야겠다는 나 몰라라 식의 막무가내를 선보였다.


명소는 당연히 찾아보지도 않았다. 현지인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마인드였다.


아, 선셋 크루즈와 마나가하섬이 유명하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경비도 생각하지 않았다. 일행 4명이서 각자 꼬깃꼬깃 모은 소중한 돈을 들뜬 마음에 달러로 환전했다.


이 정도면 그냥 귀찮은 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성격상 귀찮다고 이런 돈 들이는 일을 소홀하게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저 모험심과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가. 무모하지만 그곳에 발을 내딛는 한 걸음이 나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자신감이었는지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과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다.


해가 바뀌어 2017년 2월, 한국의 추웠던 겨울, 겨울옷을 입은 채 비행길에 올랐다.


아름다운 창공을 날아 사이판으로 향했다. 나는 아직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만큼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떤 곳은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오아시스처럼 물이 빛나며 흐르기도 하고, 새하얗게 펼쳐진 추운 땅에 드문드문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도 있으며, 노래 가사처럼 파아란 하늘 같은 바다가 온 세상을 수놓은 곳,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들과 장식품들처럼 반짝거리는 도시 속의 풍경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런 모습들을 뒤로하고 비행기의 바퀴가 땅과 덜컹거리는 소음을 내며 사이판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내 첫 해외여행의 시작이었다.

선명한 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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