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이번 내리실 곳은 '동유럽'입니다.>
슬로베니아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아침은 코코볼과 주스였다. 사람들이 코코볼과 우유를 같이 먹곤 하지만 나는 오렌지 주스의 새콤함과 초코 코코볼의 달콤함의 조화가 좋아 우유 대신 먹는다. 물론 나 이외에 좋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코코볼을 두 번 리필하고 숙소의 문을 나섰다.
오늘은 차를 타고 멀리 떠난다. 슬로베니아의 서쪽 세계에서 가장 긴 관광코스가 있는 포스토이나 동굴과 프레드야마 성, 해안의 도시 피란을 향한다. 오늘 하늘의 채광은 꽤 괜찮다. 선글라스를 껴야 할 것 같은 빛이 차의 앞 유리를 통해 들어왔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무를 실은 수많은 트럭과 함께했다. 유럽이 육지로 모두 교류가 가능하기에 대형 트럭들이 갖가지 물품을 나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저 나무들이 떨어질까 아찔한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저 큰 나무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어느 먼 곳일까 하는 종착점 없는 궁금증을 싣고 포스토이나 동굴 매표소에 도착했다.
코스를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프레드야마 성과 포스토이나 동굴 포함 코스 티켓을 선택했다. 포스토이나 동굴 입장은 타임 별로 나누어 할 수 있었기에 매표소 직원은 자차가 있으면 프레드야마 성을 먼저 다녀오라고 했다.
그 길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한 쪽으로는 시골길 다른 쪽으로는 먼 산이 보이는 평화로운 2차선 도로를 밟아 절벽에 세워진 성. 프레드야마 성에 내릴 수 있었다. 프레드야마 성은 마치 포근한 절벽에 안긴 느낌처럼 그 모습이 조화로웠다. 오래전 사용했던 장비들과 같은 전시품이나 예배당 식량창고보다 성의 내부에서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은 도심의 성에서 보는 밖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조그맣게 흐르는 개울과 앙상한 나무들이 무성한 산골짜기가 맑은 전경을 선사했다. 이곳에서 누가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며 살았을지 궁금해졌다. 지금이야 조용하고 외부인들이 자기 집 드나들 듯하지만, 어디선가 대포가 날아오고 절벽으로 병사들이 올라오며 창과 방패의 소리가 이곳을 가득 채웠을지 누가 알겠는가.
세월은 갈고 닦아 역사가 되었고 이곳은 역사의 유적이 되었다. 일본의 오사카성 위에서처럼, 블레드 성 위에서 본 방랑자 같은 섬에서처럼 다시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성의 끝에 다다르면 동굴의 흔적이 연결된 곳이 나온다. 넓은 광장 같은 동굴에 시간이 흐른 흔적들을 천장과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곳을 통해 절벽의 뒤로 넘어갈 수 있을 듯했으나, 펜스가 출입을 단단히 막아놓았다. 외부세력의 침략을 받거나 직접 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비밀통로와 같은 곳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