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서른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나이. 주변의 것들이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졌다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루하루 변함 없이,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평화로운 그런 날들. 아침에는 5분 더 잔다는 핑계로 아침을 굶고 저녁은 밖에서 먹는다는 핑계로 집에서 밥 먹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시간들. 그러다 문득 주말 느지막히 일어나 이미 한 번 차려진 밥상이 치워진 시간, 저벅 저벅 걸어가 끓은 찌게를 다시 한 번 더 끓여 남은 밥을 퍼 담아 식탁에 차려 본다. 그런 자식이 못 마땅 하면서도 이것 저것 반찬을 다시 한 번 꺼내주는 엄마. 툴툴 거리면서도 내심 그런 엄마의 챙김이 기분 좋아 맛있게 한 술을 떠 입속으로 넣어 본다. 한 숟갈, 두 숟갈 먹으며 문득 엄마의 된장찌게 맛을 되내어 본다.
너무나도 익숙한 30여년 동안 먹어온 엄마의 밥상, 엄마의 된장찌게. 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를 실감하며 문득 언제까지 엄마의 된장찌게를 먹을 수 있나 생각해 본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엄마의 손 맛에 길들여진 지난 날들을 생각해 보며 앞으로 나는 얼마 동안 이러한 것들을 누릴 수 있나,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앞으로 30년을 더 살고 시간이 곱절이 흐른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했다 생각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이 알 수 없기에 지금 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그렇기에 더 애뜻하겠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그것을 받아 들일 준비는 되어 있나 생각해 본다. 나에겐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의 된장찌게를. 자주 갔던, 오래된 당골집의 음식을 더 이상은 먹을 수 없는 것과 과연 비교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과연 그 끝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평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이상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날 문득 엄마의 된장찌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