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때, 무언가를 했어야만 하는 순간

by eunjin

뭔가를 하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그 때 그 순간에

-진이, 지니-


사람에겐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할 때, 놀아야 할 때, 즐겨야 할 때, 일을 해야 할 때. 인간의 평균 그래프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때 그 시절에 해야지만 튀지 않고 평범하게 갈 수 있는 때.


인생을 살 다 보면 필연적인 순간이 있다. 운명 같은 순간? 내가 이걸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고, 당장 안하면 어떻게 되버릴 것만 같은 벼락 같은 깨달음이 오는 순간. 사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아직까지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거 같다. 어쩌면 있었지만 내가 정한 삶의 우선순위의 밀려 애써 모른척 했던 걸지도 모르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거와 똑같이 행동할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될까? 사실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요즘 타임슬립에 관한 웹소설이나, 웹툰에 빠져서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이런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지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잘 모르겠다다. 지금까지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주식에 딱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 내가 대박 주식을 살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어떤 일에 미친듯이 매달릴 수 있나? 생각해 보면 지금도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되돌아간다고 한들 어떤일에 미친듯이 올인해 볼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은 결국 아, 이래서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는 거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0대의 내가 기억하는 나의 10대, 20대는 뭐랄까, 마치 미지의 어떤 추억 같은 느낌이다. 분명 다 내가 행동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떠 올리는 건데 나한테 이런 순간이 있었구나 같은 아주 미지의 느낌이랄까? 그래도 돌이켰을 때 후회보다는 즐거웠다라는 감정이 앞서 있는 것을 보면 나름의 즐거운 인생을 살지 않았나 싶다.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 보다는 그때 그걸 해서 행복했다 이런 느낌이다. 다행이도. 그래도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그때 그 선택을, 혹은 하지 않았던 순간이 떠오르는게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을 후회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꼭 같은 방법, 같은 일이 아닐지라도 더 늦기 전에 내 삶에 자국이라도 한 번 남겨 봤으니 후회 없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다 때가 있는 거지만, 남들과 나의 때가 같을 필욘 없으니,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던 때가 사실은 결코 늦은게 아닐지도 모르니. 뭔가를 하려고 했던 그 기억이 떠 올랐다면, 지금 이 순간에 뭔가를 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가 들어도 문득 드는 감정엔 언제나 서투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