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있어 여행은 항상 새로운 도전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곳, 혹은 익숙한 곳에 다니면서 느끼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항상 내 인생의 인생 경험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기분이다. 사실 극 P 인간으로서 여행 다닐 때 많은 계획을 세우거나 세세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는 편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좌절하는 상황도 많이 생기고 인생에 다시없을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고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기는 편이기도 하다. 어쩌면 여행을 다니며 했던 경험들이 나를 좀 더 여유 있게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생각만 했던 것과 막상 해보면 다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이라도 무언가 도전하며 직접 부딪쳐 보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는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망설임 없이 실행하는 그 실행력. 근데 누군가는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벌써 해가 바뀌었지만 지난해는 나에게 안식년 같은 해였다. 인생에 진짜 고통과도 같은 삼재를 지나 새해를 맞이한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쉬는 동안 많은 것을 해보고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게으른 천성은 어디 가지 않아 생각만큼 무언가를 많이 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행만큼은 아쉽지 않을 만큼 다녔던 거 같다. 물론 세세하게 따져보면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에 만족의 순간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기에 이만하면 좋은 안식년이지 않았나 스스로 만족도를 올려 본다.
그중에서도 터키는 정말 특별한 여행지였다. 1년에 그냥 여행으로 터키 여행을 2번이나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없지도 않겠지만 많지도 않을 거 같은 그 일을 내가 해냈다!!!
처음 터키 여행은 4월 말에서 5월 초였는데 어쩌다 보니 전 직장 동료와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터키로 여행지가 정해지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는 터키분과 결혼하여 현재 터키에 거주 중인 지인이 있어 항상 언니를 보러 터키에 가겠다 생각했지만 그것과 전혀 무관하게 이렇게 터키 여행을 가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도 아 조만간 나 터키 한 번 더 갈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게 이렇게 같은 해에 벌어질 줄도 몰랐다. 하지만 또 앞날을 다 알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라는 생각으로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춰보겠다.
터키 여행을 처음 준비할 때는 일단 먼 나라기도하고 비행기 편부터 날씨까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매우 고민이 많았었다. 어떻게 여행해야 이 큰 나라를 아쉽지 않게 볼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 어떻게 다녀야 조금이라도 더 쉽게 다닐 수 있나란 생각도 들었다.
여행 일정은 한 10일 정도로 잡았었는데 회사에는 어떻게 연차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빠꾸는 없다! 란 생각으로 팀장님께 연차를 3개월 전부터 주입했다. 팀장님 저 비행기표 끊습니다!!! 끊어도 되겠죠??? 된다고 해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팀장님이 진짜 억지로 허락해 준거 같은데 그때 당시는 애써 모른척하며 웃으며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준비를 시작하며 세부적인 일정을 세울 때 가장 중요했던 건 밥이었다. 사실 나는 여행 가서 먹을 거를 그다지 챙겨 먹는 편이 아니라(굶어 죽기 전에 한 끼 먹는 스타일) 전적으로 같이 가는 일행에 의견에 맞추기로 했다. 일행은 먹으러 가는 스타일?이라서 맛있는 밥을 한 끼라도 더 먹는 것을 선호해 패키지는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일정은 이스탄불에서 2박 3일 자유여행을 하고 세미패키지 투어로 지방도시를 돌기로 결정했다. 터키까지 갔는데 열기구는 한 번 타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세미패키지 투어를 찾았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첫 터키 여행은 나름 성공적이었는데 같이 간 일행이 배탈이 나 여행 내내 고생했던 게 불행이었다면 불행이었다. 결국 먹을 거 좋아하는 일행은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하고 언제 배가 아플지 몰라 불안해하며 여행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여행으로 얻은 교훈은 내가 아프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아플 수 있기에 비상약은 다 가지고 다니자가 되었다. 실제로 이 여행 이후로는 정말 각종 약은 다 가지고 다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준비가 되니 그 뒤로는 누구도 아프지 않게 되었다.
이스탄불에 있을 때 나름 유명한 관광지는 다 가보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이 톱카프 궁전이다. 터키가 관광객들에게 입장료 사악하게 받기로 유명한 곳인데 그나마 가장 돈 값했던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톱카프 궁전이랑 같이 갔던 곳 중에 하나가 아야소피아였는데 거짓말 안 하고 3만 원 받고 3천 원 정도만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걸 보러 그렇게 줄 서고 표사서 들어왔구나?
종교적으로 내가 좀 더 신앙심이 있었더라면 좀 더 다른 느낌일 수도 있었으나 무교에 가까운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했던 곳 중에 한 곳이었다.
근데 또 그게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내가 기대했던 곳을 실제로 보면서 기대에 충족이 되느냐, 아니면 실망감을 느끼냐. 그것은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기대치를 만족시켰던 곳이 나에게는 그저 그런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나의 취향을 알고, 성향을 알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나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날 때부터 나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의 나는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렸을 때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나는 왜 저렇게 될 수 없는지부터 생각했었다. 나를 알기보다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인기 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나를 거기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는 않았었나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 타인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나랑 다른 것을 불편해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에 상심하지 말 것을.
그리고 여행과 땔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사진이 아닌가 싶다. 나의 또 다른 취미 중에 하나는 사진 촬영인데, 예전에는 그저 찍는다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좀 더 사진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생각해 보게 된다. 예쁜 내 모습? 예쁜 풍경? 물론 모두 추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서 그 시간에 그곳에 내가 있었음을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곤 한다.
또한 지금 이 시간의 내 모습은 지금 밖에 없는 것이지 않은가. 더 어려지는 것도, 나이를 먹는 것도 물리적인 힘으로 할 수 없고 오직 그때 내 모습을 보면서 추억하거나 예측해 보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도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요즘 거리의 모습은 너무 빨리 바뀐다. 여기 이 건물이 있었나? 여기에 이런 게 언제 생겼지? 어? 여기 원래 그거 있었던 자린데 벌써 없어졌네... 이런 생각을 비단 나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무언가로 남겨 놓지 않으면 그때 그 모습이 어땠는지 쉽사리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요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바뀌지 않을 그때 그 순간, 그 시간의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게 하는 것이라서
가끔 길 가다 보면 너무 예쁜 순간들을 마주 할 때가 있다. 웃고 있는 꼬마, 걸어가는 커플, 손잡은 노부부의 모습, 단란하게 있는 가족, 꾸미지 않은 거리의 풍경 등등. 특별해서 예쁜고 멋진 게 아닌 그 순간의 행복감, 자연스러움, 만족감 등의 감정이 스쳐갈 때 그 어느 순간보다 빛이 나는 순간이 있는 거 같다.
그럴 때면 난 카메라를 들곤 한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인생에 몇 없을 순간을 한 장쯤 남겨 놓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난 인스타용 사진도 좋아한다.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예쁜 그 순간을 남겨서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객이 전도되어 그것에 매몰되거나 하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이루어지는 뽐내기는 내 삶의 적당한 활력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터키가 이슬람 국가인 만큼 이스탄불에도 곳곳에 크고 작은 모스크가 있다. 대부분 내부 관람이 가능하지만 모두 실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곳이라서 예배 시간은 입장이 제한되니 혹시 갈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오른쪽 사진은 내가 말한 아야소피아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웅장하고 멋진 모습인데 이게 전부다. 종교적, 역사적 의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간다면 입장료에 화만 날 뿐이다.
배탈을 이겨내고 먹었던 음식들도 많다. 그중에서 우리의 픽은 양갈비. 양고기는 터키에서도 고급 음식에 속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한국이랑 가격은 비슷하지만 한국은 양갈비 파는 곳이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까 먹고 싶어도 찾아가거나 가는 곳만 가야 되는데 이스탄불에서는 쉽게 어딜 가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양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 끼니마다 식당을 바꿔가며 양갈비를 먹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좀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특별한 한 끼를 먹고 싶다면 위에 레스토랑을 추천하겠다. Zeugma terrace라는 곳인데 호텔 레스토랑으로 테라스층에 있어 뷰가 정말 좋은 곳이다. 가격대는 있지만 가격대에 걸맞은 음식으로 양갈비와 생선, 스테이크 메인 요리가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곳이다. 터키 여행하면서 유일하게 두 번 갔던 식당으로 마지막날 저녁을 특별한 한 끼로 마무리해 보길 바란다.
터키에서 또 빠질 수 없는 음식 중에 하나가 시미트빵과 카이막이다. 나는 유제품을 먹지 않아 카이막은 꿀만 먹었는데 꿀이랑 시미트빵의 조화는 뗄 수 없는 완벽한 궁합의 조합이었다. 이스탄불에 백종원 님이 다녀간 시미트빵 맛집도 있지만 내가 갔던 곳도 신선한 카이막과 고소한 시미트빵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브런치도 하는 곳으로 아침 일찍 가서 브런치로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터키 디저트는 정말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왔다. 가장 대중적인 디저트 바클라바부터 길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츄러스 같은 저것. 진짜 먹자마자 혀를 아리는 시럽 맛으로 둘이서 하나를 다 못 먹어 가위바위보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왜 터키 사람들이 차이를 그렇게 마시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또한 터키는 음식에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데, 그 모든 설탕을 다 디저트에 쏟아 붙느라 그런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다. 물론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최고의 디저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 줬음 좋겠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시럽이 물처럼 흐른다. 과장 없고, MSG 없는 100% 진실이다.
내가 본 이스탄불은 딱 서울 같은 느낌이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산업도시, 땅값이 비싼 도시, 트래픽이 살벌한 도시. 그런 생각 이면에 드는 또 다른 생각은 세상 어딜 가도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우리만 힘든 것도,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그냥 모두가 비슷한 환경, 세상에서 각자 나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철학적인 생각도 드는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