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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직장인의 현실고충

by eunjin

고등학생 때는 30대의 내가 굉장히 특별하고 멋집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 나이 때 1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면 엄청 머나먼 미래, 현실 감각이 상실되는 그런 먼 미래의 일일 줄 알았는데 실제 그 나이가 된 나는 그냥 겉모습은 조금 늙고, 내 몫의 돈을 벌며 영원히 퇴사하고 싶다를 염불 하며 사는 그냥 그런 흔해빠진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보다 많은 일을 겪게 된다. 그중에서도 난 또래 보다 많은 회사를 다니며 사회생활을 해왔다. 첫 직장은 불타오르는 의욕과 그 의욕이 조금씩 시들어가는 것을 경험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사회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회사와, 직군을 거치며 과연 나에게 맞는 진정한 직업은 무엇인가란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고난의 삼재를 지나오며 드디어 쉴 타임이 왔을 때는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고 다시 재취업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20대처럼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 현실을 겪으며 아 나도 언제나처럼 내키는 대로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시기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다닐 수 있는 곳은 있었고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며 나름의 각오를 다지며 새 출발 한다는 생각으로 오랜 기간의 쉼을 끝내고 새롭게 다시 나아가기 위해 출발선 앞에 섰던 거 같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나는 이것도 버틸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인가란 생각에 때아닌 좌절을 맛봤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새벽 잠들지 못하면서 내일의 걱정을 들춰내본다.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많음을 이렇게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들을 내 마음속에서 부풀리고 몸짓을 키우며 불안감에 사로 잡혀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든다. 수 없이 많은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은 마음에 또 한 번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이 마음을, 이 상황을. 아직 아무것도 일어난 것은 없고 분명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분명 내 안에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도 한 편의 그 찝찝한 마음을 털어내지 못하는 현실에 우울감이 치솟는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의 그 마음을 생각하자. 나는 지금 이 마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내가 하고자 한 다면 일은 뜻대로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뒤돌아 나가면 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초조해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내 몫의 일만 적당히 하며 한 달만 버티자. 한 달이 지나면 또 한 달, 또 한 달. 그렇게 하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마침내 내가 목표했던 시간이 올 것이다. 그럼 그때 또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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