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짓누른 도시. 그 속의 작은 반지하방에서 푸르고 적막한 숲을 떠올린다. 적어도 그곳은 열기가 덜하다. 올여름은 한 번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의도한 것이 아니다. 쉰내가 지독한 에어컨 청소를 미루고 미루다 여름의 끝자락까지 와 버렸다. 어머니께선 "이 폭염에 미쳤다"라고 하셨지만 냉수마찰을 하고 선풍기를 쐬고 있으면 그럭저럭 살 만하다. 아니, 살 만하지 않더라도 감사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도가 없다.
요즘은 10년 혹은 15년 뒤의 삶을 자주 생각한다. 계속 떠올리고 질문하다 보면 원하는 삶의 윤곽이 조금씩 그려진다. 물론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루하루 흘러갈수록 그 열망은 더욱 짙어진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바람이 허무맹랑한 이상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기록한다.
글을 쓰며 세계를 탐험하는 삶. 이 삶을 얼마나 자주 떠올리는지 모른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관련 에세이를 읽었다. 이후 그의 삶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건 방랑이 아니다.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삶이다. 물론 명성과 부를 얻었기에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 정도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내가 그와 비슷하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자연. 울창하고 포근한 숲, 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 풀벌레 소리 가득한 밤.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바닷가. 규칙없는 침묵과 어둠. 그 속의 작은 집, 은은한 불빛 하나에 의지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행복까지.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까지 함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 삶에서 뭘 할 수 있냐고?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좋다. 삼시 세 끼와 자라나는 자연을 느끼고 돌보고 기록하는 모든 것 삶이 된다.
어쩌면,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도시의 편리함과 화려한 빌딩 속을 내달릴 기회가 주어진 지금을 받아들이고 악착같이 사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피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일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원하는 삶을 그리며 살고 싶은 동네를 떠올리니 몸 구석구석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도시의 열대야는 나같이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원하는 삶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층 더 깊게 고민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