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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ug 18. 2024

폭염보다 강렬한 여름의 잔상들

에어컨, 웨이트트레이닝, 결혼식에 대한 생각들

# 에어컨 없는 여름, 폭염에 대한 생각들


에어컨은 마약 같다. 계속되는 열대야 속에서 그는 신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에게 지금이라도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나는 에어컨 없는 여름을 보냈다. 서늘한 반지하방에는 지금도 '우웅'하고 돌아가는 오래된 선풍기가 있을 뿐이다.


선풍기의 바람은 자연에서 온 바람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그래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서늘하다.


빌딩 안과 바깥, 열기와 냉기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이 지쳐 보인다. 1분만 바깥에 있다가 들어와도 "여기가 천국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말이다.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여름, 무언가를 의지해야 한다면 그건 에어컨일까 사람일까. 아니면  중앙을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 선풍기일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에조금 초라해진 내 마음일까.


선풍기처럼 선선한 사람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빌려 쓰고 뒤탈은 남기지 않는 저 선풍기처럼.  





# 무게를 짊어지는 방법. 웨이트트레이닝, 증량의 의미


나는 종종 삶을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즐기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말이 그렇지 고통을 즐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운동에서 그 원리를 배운다고 하지만, 하체 운동을 할 때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매번 무게를 지고 또 무게를 올린 후 짊어매는 건 매우 고통스럽다. 숨이 턱끝가지 차오르는 죽을 것 같은 순간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그 순간을 "재미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주 변태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웨이트트레이닝이 삶에 주는 귀감은 매번 도전해도 새롭고 힘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우리는 삶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측할 수 없기에 노력하고, 겸손하고, 결국은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을...  모든 게 삶의 무게가 아닐까. 인간은 무게를 지고, 훈련하듯 살아가야 한다.  





# 결혼식, 아버님의 떨리는 기도


종종 결혼식에 가지만 갈 때마다 늘 기쁘지만은 않았다. 누군가의 결혼을 마음껏 축하해 주는 건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어떤 마음으로 가는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결혼식은 분명 기쁨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혼자 진지한 생각을 해봤자, 내가 원하는 고상한 해답을 찾을 순 없다.


한 친한 형의 결혼식, 그의 아버지께서 나와 기도를 하셨다. 덕담도 성혼낭독도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 내외가 하나님의 축복 아래서 늘 신을 기억하며 건강하고 사이좋게 잘 살기를 기도했다. 아버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형의 아버님께선 왜 기도를 하신 걸까.


자녀를 혼인시키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감정을 하나하나 다 나열한다면, 지금껏 살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모두 끄집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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