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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ug 31. 2024

[여름기행3] 고요한 아야진, 푸르른 설악산 그런 여름

규칙적으로 그리고 필사적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2024]

1년 365일 주야장천 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는, 일이 중요해서 일만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일을 해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는 일 말고 다른 것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다른 것을 시도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는,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시간과 돈을 투자해 새로운 경험을 할 용기가 없는 이들도 있다.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아야진 해변 앞 도로


지금껏 사회에서 봐왔던, 일을 정말 열심히 악착같이 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랬다.


그런 삶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 "만약 내가 그런 삶을 살고, 그리고 세월이 한 참 흐르고 그런 삶을 살았음을 알게 됐을 때  어떨까? 그 순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짧은 여행기를 쓰기 전에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다만 요즘 들어 확신이 드는 한 가지는 일할 시간을 줄여서라도 나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들과 새로운 추억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 좋았던 '아야진 해변'


지난 6월, 1박 2일로 잠시 짬을 내 다녀온 강원도 고성의 아야진 해변. 북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야진은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었다.


차를 세워두고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초여름 햇살이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파도는 해변의 바위를 집어삼킬 듯 하다가도 이내 입 맞추기를 반복했다.


지난 6월, 개장을 앞둔 아야진 해수욕장. 제주도만큼이나 바닷물이 정말 맑았다.


하나 둘... 오래간만에 듣는 파도소리에 가슴이 가라앉았다.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그때를 상상하면 지금도 그림이 선명하다.


해수욕장 개장 전이라 그런지 파란 파라솔들이 모래사장 곳곳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면 많운 이들이 이곳을 찾겠지. 그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한적한 아야진은 난장판이 될 거야."



아야진 해변 앞에 위치한 펜션 '아야트A'. 펜션에서 숙박을 하면 아래에 있는 아야트 카페에서 음료 1잔을 무료료 마실 수 있다. 탁트인 해변이 바로 보이는 통창이 참 좋았다.


참 아이러니했다. 우리는 휴식을 위해 자연을 찾지만, 자연은 우리의 휴식 때문에 본모습과 터전을 잃고 만다.


 푸른 바다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바다를 지키지 못하면, 언젠가는 영영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렇듯 자연에게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제 자연을 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안전도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다.



맑고 아름다웠던 아야진. 투명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내년에도 꼭 다시 한 가보고 싶다.


6월의 아야진해변, 에메랄드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6월의 아야진해변, 에메랄드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 바위의 위대함을 담은 설악, 산속의 피자집


도시에 살며 어떤 풍경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롯데타워나 63빌딩을 보면 "참 높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야~ 정말 아름답다.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진 않는다.(물론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다르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모든 설계와 계획을 초월한 신의 손길이 느껴진다. 적어도 내가 자연을 동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속초에서 들른 설악산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사실 너무 어릴 적 갔어서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갔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6월의 설악산 권금성 정상 일대


거대한 돌들로 이뤄진 산새는 장관이었다. "이 바위들은 어떻게 이렇게 큰 태산을 이뤘을까". 학창 시절  한국지리 시간에는 왜 이런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달달 외우기까지 했지만 설악산은 그저 시험 문제의 답이었을 뿐, 마음속엔 하나도 남지 않았다.


교과서를 보고 외울  아니라 차라리 설악산에 며칠 머무르며 산을 탐험했다면, 훨씬 많은 걸 배웠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아쉬웠다. 멋진 풍경을 잠시잠깐 보고 갈 수밖에 없단 사실이. 설악산은 24시간 365일 자리를 지키며 매 순간 식물을 자라나게 하고, 수많은 바람과 비와 눈을 맞고, 때론 깎여져 나가며 매 순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텐데... 우리는 늘 자연 앞에 잠시 왔다가는 손님일 수밖에 없다.


설악산 권금성 정상 일대, 약 13,000원을 지불하면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조금 엉뚱한 상상을 한다."모든 사람들이 대자연에서 사는 시대가 다시 오면 어떨까?" 도시가 주는 편리함의 유통기한은 짧다. 그리고 때론 그 대가도 가혹하다.


인생 자체에 대한 감사함이 없었다면 이 삶도 벌써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조차 감사해야 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이다)


일정상 시간이 부족해 케이블카를 탔다. 하지만 다음에는 직접 등산해 올라야겠다고 다짐했다.


스쳐 지나가 보지 못한 풍경이 많다. 산을 오르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차오르는 숨을 느끼고 싶다. 그래야 진짜 햇살과 풀과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누피자'에서 먹은 라코타치즈 피자. 스누피자는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피자가 맛있어 하나 더 포장해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산속에 위치한 아담한 피자집을 찾았다. 귀여운 스누피 강아지를 키우는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깊은 산골에 피자집을 차리게 된 계기가 궁금했지만, 이유가 어떻든 싶어 말았다. 사담을 나누진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은 무척 화목해 보였다.   


나도, 언젠가 한적한 시골에 나지막한 북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때때로 혼자서 되내인다. 바라는대로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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