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생애 첫 해외여행을 막을 수 없다.
오래간만에 홀로 방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지난주 이맘때쯤엔 나고야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생에 첫 해외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벌써 한 주가 흘렀다니 일상은 참 빠르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일본에서의 추억이 벌써 흐릿해졌다. 짧게라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고야는 내 생애 첫 해외였다. 왜 서른넷을 먹고서야 해외여행을 떠나게 됐는지 묻는다면? 딱히, 이유는 없지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고, 팔 붙들고 가자고 조른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지인의 제안에 이끌려 불쑥 떠나게 됐다. 졸지에 그는 나를 해외로 처음 인도한 선구자가 됐다.
10년 전 20일여 떠났던 첫 국내 배낭여행은 여파가 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하필 첫 폭설이 내린 출국날부터, 공항검색대에서 붙잡여 진땀을 낸 입국날까지...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
출국이 예정된 29일, 역대급 폭설이 내렸다. "갈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 밤, 인천공항 홈페이지는 결항 소식이 계속됐다. 순전히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타기로 한 비행기는 아직까지 결항은 아니었다. 선잠을 자고 공항으로 출발하려는데 "2시간 지였됐다"는 알림톡이 울렸다. 안도의 한숨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으로 가는 길, 야속하게도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체크인을 하고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탑승게이트 앞에서 안내를 기다렸다. 다행히, 결항은 아니었다.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일본의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에 유난히 결항이 많았기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결항이 됐다면, 나의 여행기는 여기서 조기 마감됐을지도 모른다. 하늘에 감사했다.
비행기는 약 30여분 항공기 제설작업까지 마치고 나서야 이륙했다. 예정보다 3시간여 지연됐지만, 그래도 결항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륙 20분여 지났을까. 눈발을 머금고 있던 짙은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날씨가 이렇게 다르다고? 바로 옆 나라인데, 세상은 참 넓구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