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플리트 언노운(2025)'을 보고
봄비가 내렸다 그친다. 빗소리는 달콤한 초콜릿처럼 나의 맘을 두드린다.
나는 밥 딜런을 잘 모른다. 비틀스, 웨스트라이프, 오아시스처럼, 천재의 반열에 올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 말고는. 내가 그의 역사를 샅샅이 알아서 뭘 할까. 다만, 당신의 영화를 보고 그 음악에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몇몇의 여인들. 그리고 딜런. 그가 사랑한 여인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사랑스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 여인의 사랑스러움을 오랫동안 곱씹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알처럼,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까. 그다지 거룩하지도 천박하지도 않게 여인을 바라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딜런을 스쳐간 그리고 그를 동경한 여인들은 영감의 일부였을까. 그에게 본능과 율법을 가르는 기준은 뭐였을까. 잠깐 들은 그의 언어들에서 느낀 나의 감정을 무엇이었을까.
그렇다면 지금, 풍요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재능은 무엇일까. 우리가 딜런처럼 노래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통 질문만 떠오른다.
뉴포크의 시대, 마지막 공연, 딜런은 자신의 포크음악에 열광하던 관중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자 팬들은 분괴한다. 하지만 연주를 계속하던 딜런은 그들에게 말한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음악을 했던 딜런, 자신의 음악마저 우상이 되어버렸다고 느낀 게 아니었을까. 그가 싫다고 한 존재는 어쩌면, 우상이 되어버린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의 외침은 자유의 언어를 되찾고, 명성으로부터 불구속되고, 다시 한 편의 시를 노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